전원생활을 꿈꾸다

잡초 속에서 블루베리 첫 수확

주홍완 2023. 7. 1. 13:43

6월 25일(일)

저녁에 어머니 제사가 있어 양평엘 일찍 다녀오려고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3주 만에 찾은 서후리의 텃밭엔 잡초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 틈에 끼어 있는 고추와 대파들은 영 부실했다. 키도 별로 크지 않았고 잎도 그리 크지 않았다. 몇 개 달리지도 않은 고추들은 대체로 작았다. 겨자채는 대를 하늘로 쭉 뽑아 올리고 꽃까지 피웠으니 그 역할을 다 한 듯 했다. 쪽파와 아스파라거스는 잡초에 묻혀 흔적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비닐멀칭을 해줬더라면 농작물들이 잡초에 치일 일도 없었을 거고 이랑의 흙이 딱딱하게 굳지도 않았을 텐데... 뒤늦은 아쉬움이 또 밀려 왔다.

 

비닐하우스나 비닐멀칭 농법이 나오기 전엔 이랑의 흙을 호미로 뒤집으며 잡초도 뽑아내는 북돋기 작업을 뙤약볕 아래서도 농부들이 손으로 해야 했다. 지금은 파종하거나 모를 심을 때 검은 비닐을 사서 덮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나는 폐비닐 처리가 환경에 부담된다는 어줍잖은 생각으로 첫 해처럼 멀칭을 건너뛰고선 또 다시 후회를 하고 있다.

 

농촌이 대체로 궁핍하던 내 어린 시절,  우리 엄마들 모두가 했던 그 밭매기는 참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80년대에 가수 주병선이 ‘칠갑산’를 들고 나와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는 구절을 많은 사람들이 가슴 먹먹하게 들었던 건 가수가 애절하게 불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산했던 옛날 농촌지역의 삶이 눈앞에 바로 그려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 봄 터고르기 공사를 하느라 임시로 옮겨 심은 블루베리에 처음으로 열매가 열렸다. 몇 개 되지는 않았지만 탐스럽게 익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주변의 새들이 아직 블루베리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는지 다 익도록 성한 모습으로 남아 있어 다행이었다.

블루베리

 

첫 수확한 블루베리 총량. 신맛이 아주 강했다.

지난번에 와서 열매솎기를 한 복숭아나무들에는 복숭아가 몇 개씩 남아 잘 크고 있었다. 잘 익은 모습까지 볼 수 있기를 빌었다.

제법 커진 복숭아

터 안에서 뽑아낸 잡초들과 낫으로 베어낸 수박과 호박 주변 잡초들을 모아 이랑을 덮어 줬다. 보습도 되고 썩으면 거름도 되는 자연재 멀칭이다.

 

아홉시 조금 지나 수능리 친구가 건너와 낫질을 거들었다.

 

열시쯤엔 옥천면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윤 소장이 수능리 구상마을에 토목공사 협의 건으로 건너오는 길이라며 들렀다. 9월 쯤에 시작할 계획인 기초공사 전에 선행돼야 할 일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윤 소장이 문제없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워낙 바쁜 사람이라 다짐에 다짐을 받아 두었다.

 

제사준비를 해야 해서 조금 이른 시각인 11시에 서후리를 나섰다.

 

일산 본가로 돌아가는 수능리 친구와 함께 팔당 초계국숫집에 들렀다. 주차장은 이미 차로 가득 찼고 식당입구도 대기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폭염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외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바깥 탁자에서 요기를 끝내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