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기초공사를 일괄로 맡기려고 윤 소장에게 비용 산출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런데 설비와 전기를 제외한 배근, 타설 작업에만 3천만 원에 달하는 견적을 보내왔다.
26평 기초에 그 정도 금액은 과하다고 판단이 됐다.
윤 소장이 제안한 공법은 :
➀ 1차로 하부에 철근을 단배근하고 콘크리트 타설을 한다. 이때 보는 기초 가장자리뿐만 아니라 중앙에까지 십자로 설치한다.
➁ 1차 타설한 콘크리트가 어느 정도 양생되면 그 위에 각재와 합판 등을 이용해 50mm 가량 (공기층)을 띄우고, 그 위에 단열재를 깐 다음 철근을 단배근하고 콘크리트를 2차 타설해 슬래브를 만든다.
※ 국내서는 무거운 RC(철근콘크리트)조가 아닌 경량주택의 경우 보는 기초 가장자리에만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윤 소장의 공법은 기초바닥 중앙부에 십자 보를 해주지 않으면 슬래브 바닥이 가라앉을 위험이 있으며,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냉기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50mm 가량 공간 띄우기가 필수라는 것이다.
윤 소장 방식대로 하면 좋기는 할 것 같다. 하지만, 일반적인 방식에 비해 비용이 크게 올라간다는 문제가 있다.
국내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기초 공법은
➀ 집을 앉힐 자리의 가장자리 흙을 동결심 아래 깊이까지 약 1m 폭의 줄로 파낸다.
➁ 줄로 파낸 자리에 콘크리트를 무근으로 타설한다.
➂ 보는 기초 가장자리를 따라서만 설치한다.
➃ 중앙에 남아 있는 흙섬 위에 단열재를 깔고 철근을 2단으로 배근해 보와 연결한 다음 300~400mm 가량 두께로 콘크리트를 타설해 슬래브를 만든다.
2021년부터 집을 내 손으로 직접 지어보자는 결심을 하고 유튜브와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은 기초공사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바로 아랫집터에서 진행된 핀란드식 중목구조 주택 현장은 주말이면 가서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국내 건축현장은 거의 예외 없이 위에 적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공사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스웨던서 나온 유튜드 영상을 보니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기초공사를 하고 있었다.
스웨덴 방식
➀ 땅바닥에 잡석이나 마사토 같은 것을 먼저 깔고 롤러로 단단하게 다진다.
➁ 이미 다진 바닥을 배관자리만 괭이로 다시 파낸다.
➂ 파낸 자리에 상하수도배관들을 모두 깔고 흙을 덮는다. 이때 흙으로 덮은 배관자리는 롤러로 다시 다지지 않는다.
➃ 배관 매설작업이 끝나면 기초자리 전체를 비닐로 덮고 그 위에 단열재를 고정시킨다.
➄보는 단열재 위에 가장자리를 따라 설치한다.
➅전기/통신선은 단열재에 열선으로 홈을 파고 포설한다.
➆보를 제외한 자리에 단열재를 이중으로 깐다.
➇전체 바닥면에 와이어 매쉬를 깔고 온수 파이프를 고정시킨다.
➈콘크리트를 타설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jyo7ABwV8AU
대부분의 공정들은 비전문가인 내가 보기에 국내 방식보다는 훨씬 과학적이고 단열면에서 우수해 보였다. 다만, ➄에서 단열재 위에 보를 설치하면 위에 들어서게 될 집의 하중을 그 보가 과연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왜 유럽 사람들처럼 하지 않는 걸까?
궁금증이 크던 차에 한국패시브건축협회(phiko.net)에서 올린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됐다. 국내 방식에서 석연치 않아 보였던 문제들이, 스웨덴 사람들의 공법이 왜 내 맘에 쏙 들어왔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설명들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집을 지을 때 가장자리만 터파기를 하고 가운데 흙섬을 남겨두는 등의 국내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방식은 쓰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
피코네(phiko.net)가 제안하는 ‘얕은기초’ 방식으로 공사를 하자고 마음 먹고, 동네 철물점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0.1mm PE비닐을 지난 겨울에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걸로 준비를 시작했다.
새봄에 날이 풀리는 대로 공사를 시작하길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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