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는 집의 품질 전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근본이 되는 요소라 전문 기술자의 손을 빌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그래서 윤 소장에게 피코네(phiko.net)가 제안한 ‘얕은기초 공법’으로 공사를 맡아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윤 소장은 ‘얕은기초 공법’에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바닥에 무근타설을 하는 것은 먹줄을 놓고 철근엮는 일을 하기가 조금 수월할 뿐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또 맨 바닥에 쇄석을 까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는 건 헛돈을 쓰는 것이라며, 자신이 제안한 공법으로 해야만 튼튼하고 단열이 잘되는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윤 소장 공법은 받아들이기 곤란했다. 그래서 윤 소장에게 ‘얕은기조 공법’으로 공사를 직영하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기초공사를 맡아 줄 기술자 소개를 부탁했다.
다행히도 윤 소장이 망설임 없이 자신과 협업하는 기초공사팀을 소개해 줬다.
경험이 전무한 내가 직영으로 공사를 진행하려면 자재와 일정 등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공사는 막히게 되고 인건비는 속절없이 들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개 받은 기초공사팀장에게 내가 하려는 ‘얕은기초 공법’의 설명 도면과 설계도를 보내주고 철근과 레미콘을 비롯해 미리 준비해야 할 자재 목록을 요청해 받았다.
그런데 며칠 후 윤 소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가 직영으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게 마음이 영 놓이지 않는다고 했다. 자재 준비도 쉽지 않을 거고 현장 기술자들이 제대로 일을 하도록 관리하지 못하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나도 나름대로 그동안 공부를 했고 방향도 정했으니 쉽지 않겠지만 직접 발을 디뎌 보겠다고 답을 하고는 배관 기술자를 소개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윤 소장은 배관․설비는 일당을 받고 하루나 이틀 정도 와서 일을 하려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윤 소장은 기초공사에 필요한 자재 준비와 인력 통제 등을 자신이 맡고, 전기와 수도용 배관까지를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인건비는 일당으로 정산하면 된다고 했다.
건축경기가 죽었다는 요즘도 일에 치어 사는 걸로 아는데, 나를 위해 그렇게 시간을 낼 수 있겠냐고 물었다.
윤 소장은 걱정이 돼서 그런다면서 풀타임으로는 어렵고, 자신의 역할이 필요할 때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도와주겠다고 했다.
앞서 내가 직접 하겠다고 호기롭게 큰소리는 쳤으나, 불안감이 없지 않았기에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다고 하고 윤 소장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그래서 이야기는 다시 시작됐다.
윤 소장은 공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비용 절감이 될 테니, 자신이 제안한 방식대로 일을 진행하자고 했다.
곰곰이 따져 봤다. 비용이 더 들기는 하겠지만 그리 큰 금액이 아닐 듯했다. 윤 소장의 꼼꼼함과 성실함은 익히 알고 있는 터였기에 결국 그 제안을 받아 들였다. 3월 11일(월)이었다.
윤 소장 방식은 내가 애초 생각했던 방식과 비교해 ➀ 중앙에 십자 보 설치, ➁ 콘크리트는 두 번으로 나눠 타설, ➂ 단열재 밑에 각재와 판재를 활용해 50mm 공간 띄우기, ➃ 잡석 생략, ➄ 0.1mm PE비닐 생략 등 다섯 가지 차이가 있다.
비용면에서 보면 십자보 설치, 콘크리트 2회 타설에 비용이 올라가고 잡석깔기와 PE비닐 덮기는 하지 않으니 그 비용은 줄게 된다.
주변 지인들이 알려준 정보에 따르면, 도급을 줄 경우엔 평당 100만 원씩이 들고 전문 기술팀을 불러 직영으로 진행할 경우엔 인건비로만 평당 30~35만 원이 든다고 한다.
이제 공사방식과 진행방법이 정해졌으니 한번 내딛어 보는 거다.
바로 공사를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가 기초 바닥에 깔 압출법 단열재(아이소핑크) 900*1,800*100t짜리 60개를 18,000원/장(배달료 170,000원, 부가세 별도)에 주문해 12일(화) 받았다.
5장 한 묶음의 무게가 30Kg이라고 하는데, 자리를 잡아 옮겨 놓는 일을 마침 수능리 집에 머물고 있던 친구가 대신 해줬다. 늘 도움을 주는 친구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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