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월)
지난 금요일에 타설한 기초의 거푸집을 떼는 날이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일이라 내손으로 직접 하고 싶었다.
굵은 철사를 자를 수 있는 절단기가 없어 문호리 철물점에 들러 장도리를 한 개 구입했다. 일반 가정용 망치로는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가격이 3만4천 원이라고 했다. 깜짝 놀랐더니 일제라 그렇단다.
아무리 단순한 작업이라도 거푸집 해체현장을 직접 본 적이 없고 따로 방법을 물어보지도 않았으니 나름대로의 궁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전체를 한 바퀴 죽 돌아보면서 어떤 순서로 작업을 해야 할지 나름의 요량을 해봤다.
➀ 거푸집들을 연결하고 있는 봉을 먼저 떼낸다.
➁ 거푸집에 박혀 있는 폼핀을 제거한다.
➂ 거푸집 바깥면에서 기초쪽으로 박아 놓은 대못들을 빼낸다.
➃ 기초면에서 거푸집을 분리한다.
한 개의 길이가 6m에 달하는 봉은 거푸집에 굵은 철사로 단단하게 결속돼 있다. 이 철사를 풀거나 끊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게 절단기인데 없으니 가정용 니퍼로 해결해야 했다. 당연히 힘은 힘대로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폼핀은 두 개가 직각으로 물고 물리는 구조로 박혀 있다.장도리로 바깥쪽 것을 쳐서 빼내면 어렵지 않게 풀린다.
대못을 빼는 것도 쉽지 않았다. 구부려 놓은 머릿쪽을 니퍼로 잡아 곧게 편 다음 장도리로 빼내야 한다.
거푸집을 결속하고 철사와 못을 모두 제거했으니 거푸집을 떼내면 될 차례다. 궁리한 대로 폼핀을 거푸집의 돌출턱에 대고 장도리로 바깥쪽으로 쳐내봤다. 약간의 틈이 벌어지긴 했지만 시원하게 떨어지질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몇 개를 떼다가 기초위로 올라가서 발로 힘껏 밀었더니 쉽게 떨어져 나갔다. 처음엔 방법을 몰랐으니 헛심을 쓴 것이다.
떼낸 거푸집을 차곡차곡 쌓고 봉도 한곳에 모았다. 자른 철사와 못, 철근토막도 모두 주워서 한곳에 모았다. 공사장 청소 목적도 있지만 못이나 철사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턱내림에 쓰인 각목은 수직과 수평 두 방향으로 못을 박아 고정시켰기 때문에 짧은 장도리로는 도저히 뗄 수 없는 상태였다. 윤 소장에게 쇠지레(일명 빠루)를 빌려야겠다.
이 정도 일인데도 끝내고 나니 12시가 훌쩍 지났다.
마당을 넓히기 위해 구입한 땅의 개발허가에 필요한 지적공사 측량을 끝낸 수능리 친구가 부리나케 달려왔다. 거푸집 해체를 도와주려 했는데 늦었다고 아쉬워했다.
거푸집이 제거된 기초를 살펴본 친구의 말 “두부모가 아주 잘 나왔네. 그려~~”
친구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기상청 앱을 확인해 보니 비예보 시각이 두 시로 앞당겨져있다. 어제 예보엔 5시쯤부터 내릴 거라고 했었다.
예보는 정확했다. 두 시에 가까워지면서 시작부터 꽤 굵은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다.
잠시 후 윤 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위쪽에서 흘러내릴 빗물이 집터로 밀려들지 않도록 흙포대를 몇 개 만들어 대놓고 물길도 내주라고 했다. 건축 전문가의 고마운 조언이었다.
친구까지 비를 맞게 할 수 없어 도와주겠다는 걸 사양하고 서둘러 보냈다.
지금 내리는 봄비의 양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공사기간이 앞으로 1년 이상은 걸릴테니 이번 기회에 물막이나 도랑 같은 준비를 해둘 필요가 있다고 나도 생각됐다. 그래서 한여름 소나기처럼 내리는 굵은 빗발을 맞으며 물길을 만들었다.
윤 소장과 함께 시간이 나는 대로 오늘 중에 먹줄을 놓기로 했었는데, 비가 계속 내리니 할 수가 없게 됐다.
이 정도도 일을 한 거라고, 집으로 오는 길에 눈꺼풀이 자꾸만 천근의 무게로 내려앉는다. 썰렁하길래 차내 온도를 올렸는데 속옷까지 젖어 그런지 포근해지는 효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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