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목)
4월 19일에 시작한 트러스용 각재 재단 작업을 끝냈다. 작업일수로는 8일 만이다.
각관을 자르고, 자른 면을 갈아내는 작업은 모두 핸드그라인더로 하기 때문에 소리가 매우 크고 날카롭다. 그래서 동네 안에 울려 퍼지는 소음이 늘 신경 쓰였다. 조용하고 평안한 삶을 찾아 자연 속으로 들어왔을 이곳의 이웃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져 주말엔 일을 쉬기로 했다.
게다가 아직도 육체노동에 익숙치 않아 5일 내내 일하는 것이 버거워 중간에 수요일 하루는 쉬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주당 작업 일수가 4일밖에 안 됐다. 아직은 옥외에서 하는 작업이라 비가 오면 또 쉬어야 한다.
그래서 시작일로부터 14일이나 걸린 것이다.
첫날은 그라인더 사용이 익숙치 않아 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었고, 용접 연습에 이틀, 실전 용접과 해체 작업에 하루를 썼다.
용접까지 내가 해보겠다고 자투리 각재를 모아 연습을 시작했는데 첫 결과는 처참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친구 공장에 찾아가 배울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스스로에게 실망이 너무 컸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 대전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 기술지도를 받는 한편, 유튜브에서 용접영상을 찾아보면서 몇 번 연습을 하다 보니 어설프게나마 비드가 형성됐다.
이 정도면 됐겠지 생각하고 사진을 친구에게 보냈더니, 처음에 비해 나아지긴 했는데 며칠 더 연습을 하란다.
혼자서 연습만 하는 것은 참 따분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틀을 연습하고는 재단해 놓은 각관을 맞춘 다음 실전 용접에 들어갔다.
그런데...
자투리 각관을 이어붙이는 용접을 하던 때와는 전혀 다름 결과가 나왔다. 용접봉은 계속 모재에 들러붙기만 했다. 용접시간이 조금만 길거나 잠시만 방심해도 모재에 구멍이 났고, 비드는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라인더로 용접면을 절단해 보니 역시나 쇳물이 접합면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모재 표면에만 버블처럼 엉겨 붙은 상태였다. 전에 왔던 용접사 두 분을 돌려 보낸 것이 이렇게 용접이 됐기 때문이었는데 내가 한 것도 마찬가지가 됐다.
용접(鎔接)은 말 그대로 쇠를 녹여서 이어 붙이는 것인데 이런 결과는 용접이 된 게 아니었다.
용접 기술 중의 하나는 모재의 두께에 따라 전류값을 알맞게 조절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용접봉이 잘 들러붙지 않으면서, 과열이 돼 구멍을 내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용접 생초보인 내가 현장에서 단시간에 이런 기술들을 터득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집의 수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골조 작업에 더 이상 객기를 부릴 일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윤 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해 본 결과를 알려주고 내가 용접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윤 소장은 내가 각재를 재단만 해놓으면 본인이 와서 1차 작업을 해 트러스를 제 위치에 올려놓은 다음 전문 용접사를 부르자고 했다.
무거운 각재를 들어 옮기고, 그라인더를 힘줘 잡고 자르는 작업을 하다보니 손가락과 팔꿈치 관절에 이상이 왔다. 특히 오른손 엄지 손가락이 부으면서 통증이 심해졌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조금이나마 줄이려고 동전파스를 붙이고 아내의 손을 빌어 테이핑을 했다. 이제 며칠 쉴 수 있게 됐으니 조금 나아지려나 모르겠다.
내 손으로 집짓기,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요즘 몸으로 깨닫고 있다.
혼자 작업을 하다보니 차를 몰고 식당까지 가서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 번거롭게 생각돼 첫 날에 햄버거를 준비해 갔다. 그런데 아내가 그걸 알고는 도시락을 싸줄테니 햄버거는 더 이상 먹지 말라고 했다. 아내의 정성이 가득 담긴 도시락은 햄버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훌륭했다. 하지만, 늦은 시간까지 반찬을 준비하는 아내를 지켜보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아 햄버거와 도시락을 번갈아 가져가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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