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직영건축-골조] 공사, 9부 능선을 넘다

주홍완 2024. 6. 20. 16:28

6월 19일(수)

윤 소장이 남겨 놓은 다락위 지붕의 서까래와 그 사이를 이어주는 살을 붙이는 재단과 가접(가용접) 일을 4일에 걸쳐  외롭게 해냈다.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지속된 요즘 며칠은 일이 정말 쉽지 않았다.

 

햇볕을 직접 받은 쇠는 맨 살이 닿으면 바로 화상을 입을 정도로 달아 올라 있었다. 목덜미와 등에 사정없이 내리 쬐는 햇살도 불길이 덮치는 듯 뜨거웠다.

 

대들보에서 내려와 아랫쪽 보에 사선으로 연결되는 서까래를 재단해 용접하고 그 서까래 사이에 살을 붙이는 작업이다. 각관을 대서 접합부의 절단 모양을 연필로 표시한 다음 연귀자로 절단면을 그리고 전체치수를 재는 일을 할 때는 밀짚모자를 쓰니 폭염의 고통이 조금은 덜 하다. 그런데 용접을 하려면 밀짚모자를 벗고 보안경을 써야 하니 정수리와 목덜미는 햇볕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불같이 뜨거운 햇볕에 노출된 피부는 따가운 걸 넘어 아팠다. 바닥의 방수합판에서 올라오는 복사열과  살처럼 내리 꽂히는 햇볕의 열기가 온몸을 휘감으니 숨이 막히고 땀은 비오 듯 흘렀다. 바지는 다리에 달라 붙어 감긴다.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다리를 길게 뻗어야 하는 비계 위에서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전문 기술자라면 하루 만에도 해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런 일이 서툰 나는 시간이 몇 곱절이나 걸렸다.

 

서까래와 살의 재단과 용접 과정은 아래와 같다.

 

(재단)

- 연귀자를 활용해 용접이 필요한 양쪽 끝의 각관 위치를 정확하게 표시한다.

- 그 위치에 클램프로 지지대를 만든다.( 혼자하는 작업이라 각관을 제 위치에 잡아주는 일을 클램프가 대신하도록 하는 것이다.)

- 재단할 각관을 클램프로 만든 지지대 위에 올려 놓고 전체 길이를 재고 절단 모양을 그린다.

- 대들보를 중심으로 양쪽에 같은 서까래와 살이 들어가기 때문에 두 쌍을 재단해야 한다.

- 한 쪽에서 잰 치수에 맞춰 한 개를 우선 만든 다음, 그걸 반대쪽에 대서 양쪽에 오차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용접)

- 옆의 서까래, 살들과 수평, 수직을 맞춰  클램프로 지지대를 만든다.

- 재단한 각관을 지지대 위에 올려 놓고 가접을 한다.

- 가접 과정에서 각관의 수평, 수직이 틀어지는 경우가 생겼다면 그라인더로 갈아 떼낸 다음 다시 맞추고 용접을 해야 한다.

용접불똥이 밀짚모자에 튀었는데 그냥 사그라지지 않고 불로 번졌다.

 

절단과 용접 과정에서 튀는 불똥과 찰과상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면으로 된 긴팔옷을 입어야 하는데 하네스가 그 옷 위를 감싼 채 조이고 있으니 체감 더위는 더욱 커진다.

 

절대 무리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1시간 일하고 30분을 쉬는 방식으로 일을 이어갔다. 쉬는 시간엔 수분보충을 위해 수박을 먹고 물까지 들이켰지만 갈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혼자서 일하는 동안 1.8리터 생수 한 병을 넘게 마셨는데도 그랬다.

 

이로써 골조공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끝낸 셈이다. 기초면 바닥에 먹줄을 놓는 일로 골조공사를 시작한 게 지난 4월 2일이었으니 2개월 18일 만이다.

 

아래 텃밭에서 바라본 골조 외관

 

지붕 골조 작업. 내 작업 사진은 없다. 혼자 한 거라서...

 

가접해 놓은 부위의 전면용접을 위해 용접기술자 한 명을 불러 4일간 일을 맡긴 것 외에는 윤 소장이 전적으로 맡아 일을 진행하고 나는 보조하는 일을 했다.

 

비가 오면 쉬어야 했고, 윤 소장이 다른 일로 바빠도 중단해야 했으니 정확히 따지자면, 골조공사에서 윤 소장이 일한 날은 총 12.5일이다. 윤 소장이 빠진다고 나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어 트러스 재단처럼 전문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은 그때그때 챙겼다.

 

골조공사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은 지붕공사였다. 대들보까지가 지상에서 6.5m에 달하니 고공작업 자체가 큰일이었다. 비계위에만 올라서도 처음엔 다리가 후들거렸다. 내 경우에 대들보 높이까지 올라가는 건 공사 내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간혹 비계를 넘어서 뭔가를 해야 할 때는 하네스를 차고 안전고리를 꼭 비계파이프에 걸었다. 그런 공정이 마무리 단계까지 왔으니 9부 능선을 넘어섰다고 보는 것이다.

 

처음엔  골조공사라는 걸 각관들을 용도와 위치에 맞게 잘라 용접을 하면 되는, 그리 어렵지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는 일로 인식했다.

 

그런데 150x150x6,000 각관은 한 개의 무게가 114Kg에 달하니 이를 다루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 외에도 150x100, 100x100, 75x75, 75x45 등 여러 종류의 각관을 정해진 치수에 맞게 정확히 재단하는 일부터 쉽지가 않았다. 건축목공학원서 한치각이나 투바이 목재 등을 각도절단기로 자르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고속절단기로 각관을 자를 때는 절단재가 길이 방향으로 수평이 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절단면이 90도로 수직으로 잘리지 않는다. 특히 길이와 직각이 아닌 예각이나 둔각으로 자르는 일은 고속절단기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그라인더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건축공구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그라인더를 이용한 절단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용접은 어떤가?

 

작업 속도는  더디고, 모재의 두께가 얇을 때는 작은 실수에도 구멍이 뚫려 버린다. 전류를 용접 모재의 두께에 알맞게 설정하고 각도에 맞는 기술을 구사해야 용접이 제대로 된다. 겉면에 쇳물이 방울처럼 엉겨있으면 용접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 망치질 한 번 만으로도 떨어진다. 초보자는 쉽게 이를 수 없는 영역이다.

 

호모 하빌리스 (Homo Habilis)

 

비온 뒷날 갔더니 다락의 방수합판 바닥 복판에 물이 제법 많이 고여 있었다. 아직 실내 벽을 만들어 천장을 받쳐주기 전이라 경간(Span)이 긴 다락의 바닥이 아래로 쳐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레이저 레벨기로 재보니 최고 12mm 정도가 내려와 있었다. 현장용어로 삿뽀도(supporter의 일본식 발음으로 추정됨)라 불리는 지지대로 받치고 들어 올리는데 바닥 무게를 지지대가 이겨내지 못했다. 지지대만으로는  2~3mm 이상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윤 소장이 차량에 비상용으로 비치된 자키(Jack)를 활용해 보라고 팁을 줬다.

 

먼저 세운 지지대 옆에 자키를 놓고 추가 지지대를 그 위에 올린 다음 자키를 돌렸더니 다락바닥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현장 용어로 삿뽀도라고 불리는 지지대(Support). 2단으로 돼 있어 중간의 링을 망치로 쳐서 오른쪽으로 돌리면 위로 올라가면서 천장을 받치게 된다.

 

오호!!! 도구를 쓰는 인간, 바로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가 맞다.

 

향후 계획은?

 

다락위 지붕에 가접해 놓은 골조의 전면용접이 남아 있다. 그런데 때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공사를 지속할 수 있는지 미뤄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이런 날씨에 햇볕을 바로 받으며 용접일을 한다는 건 대단히 위험하고 능률도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 창호가 들어오기로 돼 있다. 지붕 전체에 천막을 치는 것으로 혹서기 동안  골조공사를 중단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