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직영건축 - 조적] 우즈벡키스탄서 온 젊은이들

주홍완 2024. 10. 27. 14:14

이틀째부터는 내국인 기공 한 명이 빠지고 외국인 조공은 교체됐다.

 

둘 다 개인 사정이 생겨 그렇게 됐다고 했다.

 

새로 온 34세의 외국인 조공도 우즈벡키스탄 청년이었다. 기공 청년과 한 고향으로 춘천 소재 대학 영어영문과의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고국에 아파트 두 채를 사고 추가로 한 채를 분양받았다고 했다. 작년에 결혼해 한국으로 온 아내도 같은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첫날부터 오고 있는 28세 기공 청년도 고국에 재산을 꽤 많이 모아놨다고 했다. 바즐리라는 이름의 이 청년은 아주 낙천적이서  늘 웃는 얼굴에 행동이 재빨랐고 동료 내국인을 형이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

 

얼마 전 수확해서 실내에 놓아 둔 늙은 호박 두 개가있는 것을 본 바즐리가 한 개 얻어갈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고 윤 소장이 전했다.

 

바즐리에게 가서 호박을 누가 먹으려고 그러냐고 물었더니 우즈벡키스탄에서 호박을 음식으로 많이들 만든다면서 본인이 먹을 거라고 했다.

 

나는 한국에선 늙은 호박을 주로 여자들이 먹는데, 그 이유는 호박에 부종을 없애주는 효능이 있기 떄문이라고 설명하고 절대 본인이 먹지 말고 부인에게 드릴 거라면 한 개를 주겠다고 했다.

 

바즐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한국에선 남자가 호박을 먹으면 안 돼요?"라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부인을 더 생각하고 챙겨 주라는 의미라고 얘기해 줬다.

 

바즐리는 첫 날부터 하루 종일 우즈벡키스탄 노래를 틀어 놓고 작업을 이어갔다.

우즈벡키스탄서 온 바즐리(왼쪽)와 아지즈

 

사흘째 되는 날, 이문세 노래를 들려주며 이런 노래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템포가 느린 노래는 안 좋아한다고 답했다.

 

함께 일하는 내국인들에게 매일 종일토록 노래를 함께 들으면 한 두 곡 정도는 따라 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농담 삼아 물었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어 안 된다고 했다.

 

바즐리는 한국서 학사, 석사과정까지 이미 마쳤고, 아지즈는 석사과정에 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결혼도 했는데, 바즐리는 부인과 함께 춘천에 살고 있고, 아지즈는 부인과 떨어져 홀로 와있는데 11월에 가족을 만나러 본국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했다.

 

이 젊은이들이 20세의 어린 나이에 이국땅으로 건너와 공부를 하면서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본국의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고 적지 않은 재산까지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남들과 달리 도전정신이 강하고 목표의식이 뚜렷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90년대 초반, 회사 근처의  내가 자주가던  일식집에 중국동포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다. 주인이 종업원들을 잘 대해줘 나중엔 동생까지 불러다 함께 일하던 분이었다. 그 분이 3년 일하고 돌아가 연변에 상가 건물을 크게 지었다는 얘기를 그 동생으로부터 듣고 함께 축하해 준 일이 있다. 요즘은 우즈벡키스탄이 그런가 보다.

 

 

과거 60~70년대 우리 주변에도 선진국에 나가 학업과 돈벌이를 병행하면서 고국의 가족을 돌보던 그런 분들이 계셨다.

 

건축현장서 만난 우즈벡키스탄 청년들, 참으로 멋진 젊은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