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직영건축] 온 세상을 뒤덮은 눈...짧은 낭만 뒤의 길고 힘든 노동

주홍완 2024. 12. 2. 12:49

11월 29일(금)

 

26일 저녁부터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눈이 27일까지 이어지며 수도권 지역엔 30cm 가까이 쌓였다. 11월에 내린 눈으로는 역대 최고라는 보도가 이어졌고 길 위는 설설 기는 자동차들로 꽉 찼다.

 

이 눈 때문에 아내는 오늘까지 사흘째 지하철로 출근을 했다.

 

집안에서 내려다보는 설경은 아름다웠지만, 아파트 화단 곳곳에 통째로 쓰러지거나 가지가 꺽인 나무들이 즐비했다. 습기를 많이 머금은 눈이라 그렇다고들 했다.

 

이번 눈으로 소나무와 향나무 등 침엽수들의 피해가 유독 컸지만, 우리 아파트 1층 출입구의 수도 옆에 서있던 오래된 라일락 두 그루도 가지에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봄이면 맑고 진한 꽃향기로 주민들을 절로 미소 짓게 했던 나무였는데 참으로 안타깝게 됐다.

 

양수역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사흘 전에 세워둔 차가 눈을 온통 뒤집어쓰고 있었다. 시동을 먼저 켜고 앞뒷면 유리의 해빙버튼을 누른 뒤 쌓인 눈을 손으로 치웠다. 그런데 눈이 머금고 있던 물기가 아래로 흘러내렸다가 다시 얼은 것인지 차체 표면엔 눈이 얼음으로 변해 단단히 붙어 있었다.

 

지붕 위의 눈은 그대로 둔 채 출발해야 했다.

 

서후리 진입도로의 설경은 가는 도중의 다른 어느 곳보다 아름다웠다. 그런데 본 도로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폭 6m의 길이 윗쪽에서 중간까지만 눈이 치워져 있고 아래쪽은 사람들이 그대로 밟고 다닌 흔적만 가득했다.

눈을 한꺼번에 길 밖으로 밀어낼 수 없어 양쪽으로 나눠 치웠다.

 

도로의 맨 위에 사는 이웃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습설이라 송풍기로 제설이 안 돼 혼자 삽으로 일일이 퍼내다 힘이 부쳐 중도에 포기했다며 제설작업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아랫집의 젊은 부부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

 

지금 쌓여 있는 눈을 그대로 두면 최악의 경우 내년 2월까지도 녹지 않을 수 있어 어떻게든 치워야 했다.

 

이웃이 이미 고생을 했으니, 나머지 제설이 안 된 부분은 내가 치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눈은 처음 내렸을 때와 달리 물이 빠져서인지 삽과 넉가래로 어느 정도는 치울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냥 밟고 다닌 부분은 다져진 눈이 얼어붙어 힘을 아무리 써도 떨어지지 않았다.

 

도로 전체를 치우진 않더라도 밟는 자리만이라도 쓸고 다녔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

 

한참을 애쓴 끝에 50m 길이의 경사로에 쌓인 눈을 그런대로  길가로 밀어냈다.

 

소나무가 두꺼운 눈모자를 쓰고 있다.

 

조만간 방통작업에 필요한 자재를 실은 트럭이 올라와야 하니, 우선 샘을 파야 하는 목마른 사람은 나다.

 

설경을 보며 느끼는 감흥은 크지만 짧고,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일은 고되면서 길었다.

 

도착 당시, 바깥 기온이 영하 6도였는데 집안은  7.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무런 난방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다.

 

앞으로 바닥 단열재를 깔고 방통미장을 한 후에 실내벽 설치, 인테리어 마감, 현관문·창문 잠금장치까지 달면 단열효과가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