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년지역(The Grand Circle)

캐피톨 리프를 돌아 아치스가 있는 모압까지

주홍완 2008. 1. 27. 02:04

다시 아침이 밝았다. 우리가 묵었던 Ruby's Inn은 아침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집에서 준비해 간 재료로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출발했다.

 

북동쪽으로 올라가서 Capitol Reef를 돌아 본 다음 Moab까지 긴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오늘의 일정이다.

 

어제 밤 고기를 사기 위해 다녀갔던 Tropic까지의 길을 되짚어 갔다. 아침에 보니 곳곳에 낭떠러지와 급커브가 있는 아찔한 길이다. "모르면 용감해진다"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운전을 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Tropic에 다시 들러 기름을 가득 채우고 갈 길을 재촉했다.

오늘 이동해야 할 거리가 총 263마일이나 된다.

 

 

Escalante 부근에서 만난 암릉지대, 풍경이 특이해서 차를 세우고 주변을 조금 거닐어 봤다. 이런 곳에도 토끼와 고라니처럼 보이는 동물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고도가 낮아진 Escalante에서 Boulder까지 가는 길에는 Zion Canyon에서 봤던 그런 웅장한 바위들이 낭떠러지와 계곡을 이루고 있다. 도로가 바위들 사이를 통과할 때면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운 곳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별로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사전에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Boulder를 지나 얼마 안가서 길가에 Mini마켓이란 간판을 단 가게가 하나 보였다. 마침 아이들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던 참이라 그 마켓에 들렀다. 미국 내의 일반 마켓들과 비교해 보면 식료품만을 파는 정말 작은 가게였다. 건물 옆에는 살림집이 붙어 있고 앞에는 주유기가 한 대 놓여 있다. 입구에는 개 한 마리가 줄에 매여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곳의 일상이 참 한가롭게 느껴졌다.

 

아이들만 안으로 들어가고 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 무심코 바라보는데 서부시대 카우보이들이 차고 다니던 그런 권총을 허리에 찬 앳된 청년이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여자친구의 어깨를 감싸안고 가게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순간 어찌나 놀랐던지...

 

아이들이 나오자마 서둘러 태우고는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여자친구에게 호기를 부리려고 그랬는지, 호신용으로 늘 그러고 다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대낮에 권총을 허리에 차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은 결코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 차에 총기를 두거나, 보이지 않게 휴대하는 것 까지를 허용하는 주(州)가 있는 것으로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제복을 입은 경찰이나 군인도 아닌, 청바지 차림의 젊은이가 허리에 총을 차고 다닌다는 게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Boulder를 지나자 길가에 캐피톨리프를 멀리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다시 고도가 높아지면서 눈 쌓인 풍경이 시작되었다. 경치는 좋았지만 매서운 추위 속에 바람이 휘몰아치는 통에 한 두 군데서만 잠시 내렸다가 오래 머물지도 못한 채 바로 출발해야 했다.

 

곳곳에 눈이 쌓인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기를 한참, Capitol Reef에 가까와지면서 고도가 다시 낮아졌다. 날씨도 한국의 초봄 정도로 기온이 따뜻해졌다.

 

Capitol Reef

1920년대 이 지역 후원자였던 Ephraim P. Pecol과 Joseph S. Hickman에 의해 "Wayne Wonderland"라 불렸다. 화려한 Canyon, 능선, 바위, Monoliths(한 개의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위)들이 378에이커 면적의 땅에 자리잡고 있는 국립공원이다.

 

캐피톨 리프란 명칭은 프리몬트강 근처 일부지역에 걸쳐 바위들과 함께 장관을 이루고 있는 Waterpocket Fold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융기지형인 그 Waterpocket Fold는 Thousand Lake 고원에서 남쪽의 Lake Powell까지 약 75마일의 길이에 걸쳐 길게 이어져 있다.

 

※ Capitol Reef에서 Capitol은 나바호 사암으로 이루어진 흰색 바위돔이다. 의사당의 돔을 닮은 데서 유래되었으며, Reef는 산호초처럼 장애물 역할을 하는 바위 절벽을 의미한다.

 

공원 입구에는 한가로이 풀을 뜯거나 무리를 지어 놀고 있는 사슴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사슴농장이 있다. 아이들이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우선 Visitor Center에 들러 지도를 받은 다음 Picnic Area로 가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였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댔지만 햇살을 받으며 먹는 라면 맛이 일품이었다.

 

약 10마일에 이르는 Scenic Drive를 통해 관광을 시작했다. 끝나는 지점에서 비포장길로 접어들어 Capitol George까지 둘러 본 다음, 나오다가 오른쪽에 있는 Grand Wash에 갔다오는 코스였다.

 

Capitol Reef내에 장관을 이루고 있는 바위들은 대부분 퇴적암으로 지구의 생성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언덕에 있는 적갈색의 얇은 바위들은 홍수에 의해 쓸려 온 침적토와 진흙 등이 가라앉아 생성된 이판암들이다. 지질학자들은 Moenkopi Formation(모엔코피 지층)을 이루고 있는 2억 2천 5백 만년 된 이 바위들이 다습한 열대 기후 속에서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울퉁불퉁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Capitol Reef의 서편으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두께, 색깔, 종류가 서로 다른 암석층이 케이크처럼 쌓여 있는 모습이다.

 

두 번째로 볼 수 있는 것이 경사를 이루고 있는 바위층이다.

 

   콜로라도 고원이 생성될 당시 지구 중심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이 올라오면서 기존의 암석지대가 100마일 길이의 좁은 폭으로 구부러져 생긴 것이다. 지질학자들은 이를 “Waterpocket fold”라고 부르는데 이 암석층을 따라 미로처럼 얽혀있는 Waterpocket들을 관찰하는 것도 큰 볼거리다.

 

 

   구불구불한 Grand Wash Road에서는 암적색 언덕들과는 다른 기기묘묘한 경관을 만나게 된다. 이 길은 좁은데다 낭떠러지와 접해 있어 주의해야 한다.

 

   1마일 정도 들어가면 걸어서만 갈 수 있는 좁은 길이 나오고 이곳에서 가장 멋진 Cassidy Arch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계곡에 들어섰다가 만난 골바람이 너무 세서 더 이상 나가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처음 알게 된 것이, 공원내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 구조였다. 좌변기를 갖추기는 했지만 밑이 그대로 뻥 뚤린 재래식(Vault Toilet)이었다. 아이들은 용무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이런 곳에서는 차마 볼 일을 보지 못하는 수가 있다. Visitor Center에 있는 신식 화장실에서 미리 해결을 하고 관광에 나서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입구에서 Moenkopi Formation의 암석층을 먼발치로 봤다면, 이번에는 아주 가까이서 거대한 암석, 깍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와 고대 사막의 모래언덕이 퇴적됐음을 의미하는 Crossbedding을 볼 수 있다.

 

   이 퇴적물은 다른 퇴적물들의 거대한 압력에 의해 바위로 변하게 됐는데, 서로 다른 모래와 진흙이 지하수 속의 광물질에 의해 하나로 굳어진 것이라고 한다.

 

   굳은 암석은 세월이 흐르면서 빗물 속의 약산성 물질 등에 의해 용해되고, 내부는 반복된 균열과 식물의 뿌리 등에 의해 넓어졌다. 절벽에는 침식작용에 의해 얕은 구멍들이 생겨났다.

 

 

 

   Scenic Drive를 되돌아 나와 Moab으로 향하는 길엔 세철이 아빠와 운전교대를 했다. 조수석에 앉아 주변의 경치를 보다가 출발한지 얼마 안돼 스르르 잠이 들었다.

 

   한참만에 깨어 보니 차는 끝없는 평원을 가로지르는 직선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길옆에는 몸이 온통 검은 소들이 여기저기 떼로 모여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쇠고기 중에 최상급으로 친다는 Black Angus가 바로 저 소들을 도축한 것일 터였다.

 

   사방을 둘러봐도 인가라고는 없는 드넓은 평원에 있는 저 소는 누구의 것이며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 것일까?

 

   Hanksville에서 북동쪽으로 I-70을 향해 가는 24번 도로상이다. 눈 앞에 보이는 저 산까지 닿으려면 30~40마일 정도는 가야 한다. 바로 손을 뻗으면 될 것 같은데도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Moab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7시쯤, 호텔 체크인을 하고나니 저녁식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 의견들이 분분하다. 두 집의 안주인들이 외식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 얘기가 아이들에게 전해지자 연지가 오는 길에 시내 초입에서 본 데니스로 가자고 했다.

 

모두들 좋다고 나서는데 은행 계정의 미니멈 밸런스가 무엇이라고 나는 이렇게 신경이 쓰이나...

 

편안하게 잘 먹고 들어와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새벽부터 시작할 Arches 관광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