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년지역(The Grand Circle)

기(氣)가 가득하다는 그 곳, 세도나

주홍완 2008. 2. 7. 16:48

플래그스탭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아침을 먹기 위해 호텔식당에 내려갔다. 그런데 실내가 너무 썰렁했다. 음식은 우유와 시리얼에 식빵 뿐으로 시원찮으니 먹고 싶다는 생각이 싹 가신다. 대충 속만 채우고는 바로 세도나를 향해 출발했다.

 

세도나 관광은 Oak Creek쪽에서 시작해 거꾸로 올라가면서 도시 전체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에 따라 플래그스탭에서 곧장 이어지는 가까운 길이 아닌 17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 세도나의 남쪽에서 들어가는 먼 길을 택했다.

 

세도나는 원래 나바호, 아파치, 야바파이 인디언들의 거주지였다. 이곳에 앵글로 계통의 개척민들이 처음 정착하기 시작한 때가 1876년이었다.

 

세도나라는 지명을 얻게 된 것은 초기 정착민들 중 제법 넓은 농장과 잡화점, 호텔 등을 운영하던 Theodore Carlton Schnebly라는 사람이 이 지역에 우체국을 설립하면서였다고 한다.

 

그는 워싱턴의 우정장관에게 주소를 정하기 위한 지명을 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처음 신청한 지명은 "Oak Creek Crossing"과 "Schnebly Station" 두 가지였다. 그런데 모두 반려되자, 자기 부인 이름인 Sedona로 다시 신청해 1902년 6월 26일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빙 돌아 내려갔다가 남쪽에서 다시 올라 오려니 Oak Creek까지는 48마일이나 가야 했다.

 

 

 

세도나는 도시 전체에 볼거리가 가득한 관광지다. 간선도로를 타고 가다가 만나는 어느 샛길로 들어가더라도 그 곳에는 멋진 풍광과 재미있는 사연들이 숨어있다.

 

Red Rock Scenic Byway

울퉁불퉁한 바위언덕과 졸참나무, 곱향나무, pinion 소나무, 선인장, 실난초 등으로 뒤덮힌 아름다운 Coconino National Forest가 있다.

 

붉은 흙과 녹색의 곱향나무들이 화려하게 조화를 이루는 절경이 나타나고, 계속해서 내려가면 사슴, 엘크, 코요테, 메추리와 같은 다양한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도 있다. 2마일 정도 더 내려가면 4,000피트라는 고도 표지판이 나타나면서 샛길이 나있는 무수한 암석군을 만날 수 있다.

 

Dry Beaver Creek Bridge에서는 Court House Butte와 Lee Mountain과 같은 장관이 기다리고 있다.

 

거대한 Courthouse Butte가 있는데 Off road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이곳의 조망대는 고대 인디언들이 수 천년 동안 살면서 사냥을 했던 곳인데 오늘날에도 신성한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요즘 널리 쓰이고 있는 “우리가 지구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들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경구가 이곳에 있다.

 

Village of Oak Creek을 지나 계속 북쪽으로 가면 왼쪽에 Castle Rock이, 오른쪽에 Bell Rock이 나타난다. 이 바위들은 화성에 있는 붉은색 암석과 같은 종류의 철광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 뒤의 Wild Horse Mesa와 House Mountain을 보게 되면 1940년대와 50년대 서부영화의 배경으로 이곳이 자주 등장했던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이곳에서 1마일만 더 가면 Bell Rock Vista Pathway의 남쪽 끝에 이르게 된다. 언덕을 올라가면 북쪽 끝으로 절경이 나타나고,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애리조나 사진으로 가장 아름다운 Cathedral Rock을 만날 수 있다.

 

  

 

 

Oak Creek 쪽으로 들어가 조금만 가면 만날 수 있는 BellRock. 바위가 종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얻은 이름으로 Vortex 에너지가 가장 많이 분출되는 곳이라고 한다. 

 

세도나에서는 트레일을 따라 하이킹하는 관광객들을 특히 많이 볼 수 있다.

 

차를 몰고 관광을 하다가 군데군데서 트레일을 따라 거닐어 보고 싶다면 일일 또는 주간 통행권을 끊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각 Trailhead나 전망대 등에 마련된 주차장들은 통행권을 구입한 차량에 한해서만 주차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끊지 않으면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주택가 등에서 주차할 곳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다른 방법으로는 지프투어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지프투어는 걸어서 가기 힘든 산속까지 들어가서 볼 수 있는 세도나의 관광명물로, 오픈짚에 운전사겸 가이드가 관광객들을 태우고 안내를 한다. 우리 차도 4륜구동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이 지프투어 코스를 직접 돌아보려고 시도했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서 보니 길이 너무 좁은데다 심하게 울퉁불퉁하기까지 했다. 사고 위험성과 함께 차가 망가질 수 있어 입구에서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참고로 지프투어를 시작할 수 있는 곳은 Si Birtch Memorial Hwy상의 이 도시의 제일 번화가인 89번 도로와 179번 도로가 만나는 곳에 있다.

 

 

 

Chapel of the Holy Cross를 아랫쪽 도로에서 올려다 본 모습이다. 1932년 뉴욕에 살고 있던 마거릿 브러스윅 스타우드란 여성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건축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중 그 골격에서 십자가 모습을 발견하고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 은혜에 감사드리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언덕을 돌아 올라가 입구 쪽에서 본 Chapel of the Holy Cross. 앞에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예배당이 있고, 아래층에는 기념품점이 있다.

 

점심때가 되자 이걸 먹자 저걸 먹자며 아이들 의견이 분분했다. 한참을 그러다가 KFC로 의견이 모아졌다. 드럼스틱 1통과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식사 도중에 누군가가 1인분씩이 넘는 음식을 이미 시켰으니 샐러드바 이용권을 1개만 끊어서 나눠 먹으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한 사람이 가서 샐러드를 접시에 담아와 나눠먹고 있는데 갑자기 종업원이 다가오더니 혼자서만 먹어야 된다며 아예 옆에 서서 지켜보고 있다. 무엇이 문제냐고 물어보니 1인분 값만 치렀으니 혼자서만 먹어야 한단다. 알겠다고 하니까 곧 돌아가긴 했는데 뒤에서 여전히 흘끔거리며 우리를 쳐다본다.

 

한국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기본 음식을 주문하면 샐러드바 이용이 공짜길래 별 문제가 없을 걸로 생각해서였는데....

 

나중에 큰아이가 “실내를 둘러보니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글씨로 구석에 안내문구가 하나 붙어 있더라”는 얘기를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종업원이 무례해 보였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는 우리 일행을 이해할 수도 없었으리라.

 

졸지에 우리 모두가 지지리 궁상을 떠는 치사한 인간들로 비쳤을 터...

뒤늦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Upper Red Rock Loop에서 멀리 Catheral Rock을 향해 바라본 경치. 자인언캐년과 브라이스캐년, 캐피톨리프의 특색과 경관이 한데 섞여있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Red Rock State Park에서 바라본 경치

 

오늘은 Boxing Day다.

 

매년 크리스마스 이튿날인 12월 26일만 되면 상점들이 연중 최대 할인판매를 하면서 재고를 정리하곤 하는데 이 날을 박싱데이라고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정된 물건들 사기위해 사람들이 전날 저녁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얘기도 있다.

 

세도나 관광을 끝낼 무렵, 마침 아이들 성화도 있고 해서 아침에 들어올 때 봐뒀던 Bell Rock 근처에 있는 쇼핑몰로 갔다.

 

나는 차안에 남아 그 동안 눈을 붙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1시간 정도 쇼핑을 했다.

 

세철아빠는 Tommy Hilifiger 스웨터를 18불에 샀다며 아예 갈아입고 나왔다. 아마 한국에서 사려면 10만원도 훨씬 넘게 줘야만 할 것 같은 좋은 옷을 싸게 잘 고른 것 같다. 우리집 작은아이 연우는 단돈 5불에 질 좋고 예쁜 GAP 츄리닝 바지를 샀다.

 

 

Chapel of the Holy Cross에서 내려다 본 세도나 시내 풍경.

 

지구상에 총 21개가 있다는 에너지 소용돌이 Vortex가 이곳 세도나에 5개나 모여 있다고 한다.

 

여유를 갖고 Trail을 따라 걸으면서 정말 기가 느껴지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루뿐인 일정, 그리고 걷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과 동행했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다음에 다시 찾게 된다면 2박 3일 정도로 시간을 갖고 곳곳을 둘러보며 활력을 충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광을 마치고 오늘의 숙소인 윌리엄스로 오는 길은 89번 도로를 타고 올라오다가 Fort Tuthill에서 17번 도로를 만나는 코스를 택했다. 이 길은 계곡 바닥을 따라 올라오다가 높은 고개를 넘는 구간으로, 빽빽한 숲 사이로 보이는 자연 풍광이 절경이었다.

 

언젠가 꼭 다시 와서 여유를 갖고 제대로 둘러보고 싶은 곳 Sedo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