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캐년을 시작으로 유타주와 애리조나주에 산재한 캐년들을 6일 동안 돌고 돌아 오늘은 그랜드캐년으로 들어는 길목에 있는 윌리엄스에 숙소를 정했다.
윌리엄스는 세도나와 그랜드캐년으로부터 각각 60마일 가량 떨어져 있는 중간지점으로, 한국으로 치면 읍이나 면 소재지 정도 규모의 작은 도시다. 국립공원내의 랏지에 숙소를 정했더라면 좋았겠지만,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촉박한 예약날짜와 함께 비용 문제도 있어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인 이곳을 선택한 것이다.
A지점이 세도나, B지점이 그랜드캐년 그 중간의 직각으로 꺽이는 지점에 윌리엄스가 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DaysInn이라는 곳으로, 여행을 시작한 첫 날 자이언캐년 근처의 허리케인에서 묵었던 호텔과 같은 체인이었는데 이곳 건물은 내.외관 모두가 많이 낡아 보여 그리 상쾌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차에서 짐을 정리하고 뒤늦게 올라왔더니 세철네 방으로 낯선 사람들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안에 있던 우리 일행이나 그 낯선 사람들 모두가 깜짝 놀랐었다고 얘기한다. 마침 복도에서 호텔 종업원이 웬 사람들과 다른 방문앞에서 무슨 얘긴가를 주고받고 있길래 가서 물어봤더니 그들이 바로 우리방에 들어왔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프론트데스크의 실수로 방이 이중으로 배정돼 생긴 일이었다며 그들에게 다른 방을 배정했으니 이제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저녁식사는 세철네 방에서 준비하기로 하고 세철아빠와 함께 장을 보러 시내엘 나갔다. 멀리서 본 도시는 곳곳에 네온사인과 휘황한 조명들이 넘쳐나고 있어 꽤나 번화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식당과 술집만 즐비할뿐 겨울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마켓을 찾아 고기와 야채 몇 가지를 사서 계산대로 오니, 앞서 지나온 카옌타에서와 마찬가지로 계산원이 고객카드가 없냐고 묻는다. 집이 캘리포니아라 여기 와서 다시 쓸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는데도 고객등록을 하면 할인이 되니 카드를 받아 가란다. 캘리포니아에 많이 있는 VONS라는 마켓과 고객카드 연동이 된다며 카드를 내주고는 할인가로 계산을 해준다. 고맙기는 했는데 마켓의 사장 입장에서도 이렇게 하는 것이 환영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사가야 하는 사람이고 두 번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은 데도 굳이 자기네가 앞서 방법을 찾아서 까지 할인을 해주는 이 상황이 당연한 서비스인지 정말 헷갈린다. 한국의 마켓들이라면 어느 쪽일까?
고도와 위도가 다시 높아진 때문인지 이곳의 바깥날씨는 꽤나 춥다. 덜덜거리며 수명이 거의 다했음을 알리는 방안의 히터가 오늘밤 우리를 편히 잠들게 하지는 않을 모양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캐년들이 서로 비슷하면서도 각각 나름대로의 특색을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랜드캐년은 과연 어떨까하는 기대가 자못 크다. 라스베가스에서 가깝다는 잇점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앞서서 그리고 꼭 찾는 곳이라면 무엇인가 다른 점이 있을 것만 같다. 어쨌든 몇 시간 후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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