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준비 11

처음 해본 용접, 정말 어렵네~~

대전서 기계제작공장을 운영하는 군대 동기에게 가서 이틀간 용접기술을 배우고 왔다. 교육은 친구가 용접원리를 설명한 다음 상황별로 기술시범을 보이면 따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용접시 자세는 모재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용접봉을 아래로 향하거나 위로 향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용접봉을 위로 향하는 용접은 다시 세로로 진행하는 경우와 가로로 진행하는 경우로 나뉜다. 용접기술로는 용접봉을 한 방향으로 녹여가는 선용접, 비드를 만들며 나아가는 위빙, 모서리 부분이나 얇은 모재에 적용하는 점용접 등 작업 환경에 따라 다양하다. 용접봉이 녹는 용융점이 3천도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철판 두께가 얇은 모재에 열이 일정 시간 이상 가해지면 구멍이 뚫린다. 점용접은 그런 사고를 막기 위한 기술이다..

두 달여 만에야 가봤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두 달여 만에 양평길에 나섰다. 출발하며 본 자동차의 외기 온도계는 8.5도였는데 팔당대교를 건널 무렵부터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시간 가까이 지나 서후리에 도착하니 1.5도를 가리킨다. 7도나 차이가 났다. 해가 이미 떠오른 시각인데도 그러니 같은 시간대로 비교하면 서울과 서후리의 온도차는 훨씬 커질 것 같다. 차에서 내리는데 찬 기운이 확 몰려 왔다. 순간 옷을 너무 얇게 입고 온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될 정도의 날씨였다. 입에서 나온 하얀 김이 찬 공기 속으로 퍼지다 이내 사라졌다. 주변 집들의 지붕은 온통 허연 서리모자를 쓰고 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동네가 여태 조용하다. 개들도 추위 때문에 집에서 나오질 않았는지 늘 들리던 짖는 소리도 없다. 터를 미처 둘러보기도..

올해 텃밭농사 작황은...

8월 26일(금) 어제 저녁에 올라온 아내와 함께 오전 반휴를 내고 양평에 다녀왔다. 오늘은 아내가 오후에 4차 백신 예약이 돼 있고, 토요일 오전엔 꼭 가봐야 할 결혼식까지 예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6시에 집을 나섰다. 역시 이른 시각이라 길이 막히지 않아 50여 분 만에 서후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외가의 원두막이 그립다며 수박을 심어달라고 부탁했던 지인에게 한 개 남은 수박과 참외 몇 개를 따가도록 한 바 있다. 그런데 따가기로 했던 전 주 금요일에 마침 폭우가 쏟아져 그 분이 서후리엘 들르지 못했다. 그래서 남아 있는 수박, 참외가 우리 차지가 됐다. 수박과 참외 모두 넝쿨이 말라 있어 더 이상 밭에 두면 썩을 것 같아 모두 땄다. 긴 비 끝인데도 수박은 제법..

게으른 도시농부의 텃밭이란...

7월 9일(토), 아내와 함께 2주 만에 양평을 찾았다. 오늘은 오후에 일이 있어 점심 전까지 집에 돌아올 수 있도록 아침 6시에 문을 나섰다. 이른 시각인데도 올림픽대로는 붐볐고 양양행 고속도로 입구와 팔당대교에도 차가 제법 많았다. 고유가 시대에도 이른 아침부터 도로가 붐비는 모습을 보며 퇴직하면 이렇게 붐비는 주말을 피해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그려 봤다. 이제 7개월 반 뒤면 34년 2개월을 이어온 회사생활이 막을 내린다. 비온 뒤라 그런지 터엔 우뚝 자란 망초들이 게으른 주인을 한껏 비웃는 듯 했다. 텃밭엔 상추들이 제 할 일을 다 끝냈다며 잎을 거둔 채 씨앗 맺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멀칭을 하지 않고 심은 수박·참외·오이·호박밭은 바랭이와 같은 잡초들 세상이 돼버렸다. 농작물은 ..

텃밭의 얘들아, 무럭무럭 자라거라

5월 14일(토) 며칠 전 점심식사를 함께 한 지인으로부터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박 한 포기만 심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분은 어린 시절 친구집 원두막에 놀러 가곤 했던 일이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떠오른다고 했다. 어려운 부탁도 아니기에 양수리 종묘상에 들러 수박, 참외, 고추 모종들을 조금씩 더 샀다. 이것들을 다 심어도 만들어 놓은 이랑이 많이 남을 것 같아 고구마 모종도 네 개 샀다. 고구마는 보통 싹으로 심는데, 80~100개 묶음으로만 판다고 해서 모종으로 산 것이다. 서후리에 도착해 가장 먼저 텃밭을 둘러 봤다. 지난 주에 심은 수박 두 포기는 시들시들하고 참외 두 포기는 아예 흔적조차 없어졌다. 멀칭을 하지 않고 두둑만 만들어 심었더니 땅이 너무 메말라 그런 게 아닌지 모르겠다. ..

친구들과 봄밭 함께 일구니, 이 즐거움 어디에 비길까?

4월 16일(토) 호주로 이민 가서 30년째 살고 있는 친구가 며칠 전 입국했다. 88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다니다가 한국사회 현실이 너무 팍팍하다며 결혼과 동시에 이민백을 싸들고 이 땅을 떠나 각고의 노력으로 호주서 사업가로 크게 성공한 친구다. 입국자 격리의무제가 얼마 전 없어지자, 오랫동안 보지 못한 지인들도 만나고 비즈니스도 할 겸 들어온 것이다. 이 친구가 그동안 내 블로그 글을 보고 양평땅이 궁금하다는 얘기를 몇 번 했는데 이번에 날짜를 맞췄다. 아침 일찍 친구를 만나 양평으로 향했다. 도중에 양수리에 들렀다. 수능리 친구가 상추 등은 한꺼번에 다 심으면 끝물 마감도 같은 시기에 이루어지니 2주 정도 간격으로 나눠 심는 게 좋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조금만 샀다. 종묘상 옆에 ..

올해 농사를 시작했다

4월 2일(토), 올해 농사 시작을 위해 양평에 다녀왔다. 봄 일을 이렇게 늦게 시작하는 건 서후리서 어린 묘목을 3월에 심으면 동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주위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서울은 벚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양수리 길가엔 아직 꽃망울도 다 올라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서후리는 양수리에 비해 2~3도 가량 기온이 낮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일을 하면 땀이 나지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살짝 냉기가 느껴지는 정도의 날씨였다. 그래서인지 땅엔 튼튼한 뿌리로 겨울을 견뎌낸 냉이만 군데군데서 푸른빛을 띨뿐 다른 풀들은 잠잠했다. 추위가 다 가시질 않아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나 보다. 이틀 전 과천 주암동에 있는 묘목농원서 사 온 에메랄드그린, 주목, 진백, 히버니카 등 조경수 30여 주와 체리 2주(러시..

지하수 개발(굴착)

11월 3일(화), 지하수 굴착공사를 했다. 애초엔 내년 초쯤 지하수를 팔 생각이었으나, 윤 소장이 지금 파야 한다며 성화를 대 먼저 하게 됐다. 지하수를 파려면 여기저기 헤집게 되고 굴착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와 돌부스러기 등이 주변을 오염시키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조경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비용이 이중으로 들게 되고 작업도 더 어려워지니 지금 먼저 파자는 것이 윤 소장의 설명이었다. 또 나무를 심고 가꾸려면 물이 필요한데 지하수를 먼저 파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도 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굴착장비를 가까이서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굴착은 지름 150mm인 드릴&해머를 회전시키면서 동시에 유압으로 두들겨 밑의 흙이든 바위든 부수며 파내려가는 원리..

코로나-19가 양평에 일으킨 바람

일을 보기 위해 양평 부동산에 가서 1시간가량 앉아 있는 동안 집이나 땅을 보러 온 서울사람들이 연신 들락거렸다. 부동산 사장은 코로나-19 광풍이 불기 시작한 뒤 피난처를 찾아 서울서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일이 잘 되는 것과는 반대로 그들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겨 오지나 않을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코로나-19와 같은 돌림병이 앞으로도 또 올 거라고 보기 때문에 이 참에 안전하게 남과 떨어져 살 수 있는 곳을 찾으려는 걸로 보였다. 3개월 정도만 살 수 있는 빈집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그런데 양평에 빈집은 더러 있지만, 요즘엔 집주인들이 직접 내려와 생활하는 경우가 많고 단기임대는 꺼리는 경향이라고 했다. 서울을 비롯한 도시의 아파트라면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게 되는 순간..

분할측량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문제가...

1월 8일(수) 오늘은 토지분할측량을 하는 날이다. 처음 측량 얘기가 나왔을 땐 토목회사 박 사장이 참관하겠다고 해서 나는 가지 않으려 했었다. 그런데 주변의 다른 전문가와 경험자들이 한결같은 목소리로 꼭 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중 한분은 “경찰이 있으면 차량 운전자들이 주의를 할까요? 안 할까요?”라는 말로 직접 가서 보기를 권했다. 그래서 한해가 막 시작된 1월부터 휴가를 하루 냈다. 겨울엔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의 큰비가 그제부터 어제까지 내렸다. 한여름 장마처럼 빗방울이 굵었다. 기온이 낮았더라면 폭설로 내렸을 것이다. 일기예보에서는 오늘까지 사흘간 비가 계속된다고 했다. 이런 빗줄기가 계속되면 측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빗줄기는 많이 가늘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