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수)
7시 조금 넘은 시각에 현장에 도착했다.
벌써 나와 일을 하고 있던 윤 소장이 오늘 상량식을 하자고 했다.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고 술과 포만으로 간단하게 제를 올리자는 것이었다. 나는 내일쯤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더니, 상량식을 한 뒤에 대들보를 얹는 거라며 오늘 해야 한다고 했다.
아내에게 전화로 상량식을 알리고 오후 반차를 내고 올 수 있는지 물었다.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다고 했는데 갑작스레 휴가를 내라고 하자니 미안했다. 음식을 간단하게 준비해 서두르지 말고 찬찬히 오라고 당부했다.
기둥에 얹은 도리의 윗면에서 대들보까지 높이는 2.4m로 정했다. 애초 생각했던 높이는 2.1m에 지붕각도는 26도였는데, 지붕 각도가 커야 집 모양이 살고 다락방도 쓸모있어 진다는 윤 소장 권고를 받아 들여 그리 된 것이다.
이렇게 하니 지붕 각도는 30.5도가 됐고 지붕 경사면의 한쪽 길이는 5m12cm가 됐다.
오후 두 시쯤 대전에 사는 훈련소 동기 친구가 찾아왔다. 내게 용접을 가르쳐 준 그 친구다. 자신이 제작한 기계가 코엑스에 전시돼 올라왔는데, 며칠 전 용접이 잘못됐다는 내 하소연 때문에 걱정이 돼 보러 왔노라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고 먼 길을 달려오기까지 했는데 공사 현장이라 빵과 물 이외에는 대접할 것이 없다. 아내가 곧 올 것이니 기다렸다가 상량식을 보고 가라고 권했다.
잠시 후 아내가 도착했다. 술, 과일, 포, 떡, 고기에 축문까지 만들어 왔다. 소반도 하나 가져왔다. 짧은 시간이었는데 부리나케 서둘렀나보다.
잔을 올리고 아내가 준비해 온 축문을 읽으며 공사기간 내내 안녕을 기원헸다. 다음으로 아내, 친구가 차례로 잔을 올렸다. 윤 소장에게도 권했지만 사양했다.
윤 소장과 내가 둘이서 하는 공사니 함께 음복할 다른 사람은 없어 상량식이 끝나고 준비한 음식을 우리끼리 나눠 먹었다. 떡을 조금씩 잘라 터 곳곳에 놓고 술도 뿌렸다. 아내는 평상시 인사를 주고 받던 이웃들에게 떡을 한접시씩 돌렸다.
친구가 돌아가며 공사기간 내내 무사안녕을 빌어줬다.
5m 길이의 짧은 쪽 대들보만 올리는 걸로 오늘 일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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