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꿈꾸다

[직영건축-골조] 잘된 일, 잘못된 일

주홍완 2024. 4. 13. 22:51

4월 11일(목)

7시 반에 현장에 도착해 보니 북쪽의 다용도실쪽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에 기둥이 이미 서있다. 윤 소장이 6시부터 혼자 나와 그 기둥들을 세웠다고 했다. 3m 길이인 기둥의 개당 무게가 58Kg이나 나가는데 말이다.

 

나는 윤 소장을 도와 기둥위에 도리를 얹는 일을 했고, 함 사장조 두 명은 어제 마무리 짓지 못한 비계작업을 이어갔다.

 

도리를 얹는 작업을 시작하고 보니, 윤 소장이 왜 비계를 먼저 설치해야 한다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도리는 경간(기둥간 거리)이 긴 경우에 100Kg 가까이 무게가 나가는 것도 있다. 그런데 윤 소장은 거의 혼자 힘으로 3m 높이의 기둥위에 그걸 올려 얹었다. 내가 한쪽을 밀리지 않게 지탱하거나 들어 올리는 보조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그건 정말 작은 역할이었다.

기둥 위에 도리를 얹는 작업

 

이 작업과정에 비계가 십분 활용됐다. 바닥에서 기둥위로 얹을 도리의 한 쪽을 들어 비계 발판에 걸친 다음 아래쪽을 들어 완전히 비계 위로 밀어 올렸다. 지렛대 원리를 응용해 도리의 무게 중심에 변화를 주는 방법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그 다음 비계위로 올라가 양쪽에서 도리를 들어 기둥위에 얹고 가용접을 했다.

기중 위에 얹힌 도리가 수평이 잘 맞는지를 확인한다.

 

이 정도로 무겁지 않은 자재도 대부분 현장에서는 크레인을 불러 일을 한다고 하는데, 기계힘을 전혀 빌리지 않고 엄청난 일을 해냈다. 참 대단하다.

 

전체는 아니지만 기둥을 세우고 도리까지 얹으니 집 모양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는 것 같다.

작업이 끝난 기둥과 도리

 

오후에 윤 소장은 함 사장조에게 용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과 순서를 알려주고 다른 현장으로 떠났다.

 

용접으로 열이 가해지면 기둥의 수직과 도리의 수평 직각이 틀어질 수 있으니, 대각 순서로 짧게 끊어가며 용접하되 수시로 각도를 체크하라는 것이 요지였다.

 

나는 지난해 훈련소 동기 친구로부터 용접을 배운 바 있다. 그때 수직면 용접은 아래서 위로 올라가라고 배웠다. 베테랑 중에는 위에서 아래로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 쇳물이 깊게 녹아들어가지 않고 아래로 흘러내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그런데 함 사장이 수직면 용접하는 모습을 보니 모든 곳을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하고 있었다. 또 점용접이 아니고 선용접을 했다. 용접봉을 모재에 댄 다음 아래로 쭉 긁어 내린다는 말이다.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용접경력이 30년의 베테랑이라고 하니 숙달된 기술로 그런 기본 방식은 넘어설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용접면을 갈아내는 작업을 하려고 비계위로 올라갔는데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가 배운 바에 따르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용접이었다. 비드가 아예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된 곳도 고르게 형성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용접면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친구에게 배운 바에 따르면, 표면에만 용재가 부스럼처럼 울퉁불퉁하게 달라붙어 있는 것은 접합면 사이로 쇳물이 녹아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봐야 한다.

 

함 사장에게 용접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초벌 용접만 한 것이고 재벌 용접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단 며칠을 배웠을 뿐인 나도 첫 용접이 잘못된 걸 재벌 용접으로 바로 잡을 수는 없다는 걸 아는데 참으로 황당하게 느껴지는 얘기였다.

 

내가 잘못된 용접이라고 판단한 것 중에 그나마 나은 것을 사진으로 찍어 친구에게 보내 평가를 부탁했다. 친구는 용접 경력이 얼마나 된 사람이냐고 묻고는, 마치 오늘 처음 배우기 시작한 사람 정도의 수준이라고 했다. 이걸 바로잡는 방법은 그라인더로 모두 갈아내고 다시 하는 수밖엔 없다고 했다. 사흘을 배운 내가 더 잘할 거라고도 했다.

용접 경력 40년된 군대 훈련소 동기에게 보내 평가를 부탁한 용접모습

 

가슴이 턱 막혔다.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해야 좋을지 바로 정리가 안 됐다. 윤 소장이 데려와 일을 맡긴 사람이니 내가 섣불리 나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현명한 일처리 방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5시에 하루 일을 끝내고 두 사람을 돌려보낸 뒤 다른 현장에 나가 있는 윤 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사흘밖엔 안 배웠지만 잘된 용접과 잘못된 용접은 구분할 줄 아는 짧은 지식 정도는 갖게 됐다. 이런 수준의 용접은 전혀 신뢰할 수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낫겠다. 40년 용접 경력의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주고 품질평가도 받았다. 그 친구도 사진을 보고는 할 말을 잇지 못했다.”

 

내 얘기를 들은 윤 소장은 자신이 함 사장과 얘기를 해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잠시 후에 윤 소장으로부터 두 사람을 정리했다며 미안하다는 전화가 왔다. 자신이 일을 마무리하겠다며 나에게 보조를 해달라고 했다.

 

이 문제의 모든 원인은 낮 시간에 함 사장과 같이 온 분이 하는 얘기 속에 담겨있는 듯했다.

 

"주변에서 용접을 잘 한다고 소문난 사람에게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그냥 지지면 되는 거지 용접은 따로 가르쳐 줄 게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 말은 용접 방법과 기술에 대해 책을 통해 공부하거나 누구에게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러니 잘된 용접과 잘못된 용접의 구분도 안 되는 것이리다. 그냥 이런 상태로 30년을 했다면 말 그대로 그냥 지져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많은 건축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