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면 서후리 43

서울서 양평 가는데 이틀이 걸렸다

8월 14일(일) 어제 팔당대교를 앞두고 겪었던 좌절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침 6시에 집을 나섰다. 이른 시각이라 차가 많지 않아 팔당대교를 건너는데도 별 막힘이 없어 50분 만에 서후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워낙 많이 내린 비라 축대쪽으로 물길이 나며 흙이 쓸려 내려가진 않았을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잔디둑이 잘 버텨 줬다. 초기에 시들시들했던 고추밭은 잎이 무성해졌고 고추도 제법 많이 달렸다. 긴 비를 지나왔는데도 고추에 탄저병 기미는 다행히 보이지 않았다. 수능리 친구에 따르면 그 동네 고추밭엔 탄저병이 많이 번졌다고 했다. 수박은 네 통이 달렸었는데 한 통 빼고는 모두 썩었다. 모종 세 포기를 심으며 포기당 두 개씩만 수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딱 한 개다. 비가 여러 날 온데다 수확시..

게으른 도시농부의 텃밭이란...

7월 9일(토), 아내와 함께 2주 만에 양평을 찾았다. 오늘은 오후에 일이 있어 점심 전까지 집에 돌아올 수 있도록 아침 6시에 문을 나섰다. 이른 시각인데도 올림픽대로는 붐볐고 양양행 고속도로 입구와 팔당대교에도 차가 제법 많았다. 고유가 시대에도 이른 아침부터 도로가 붐비는 모습을 보며 퇴직하면 이렇게 붐비는 주말을 피해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그려 봤다. 이제 7개월 반 뒤면 34년 2개월을 이어온 회사생활이 막을 내린다. 비온 뒤라 그런지 터엔 우뚝 자란 망초들이 게으른 주인을 한껏 비웃는 듯 했다. 텃밭엔 상추들이 제 할 일을 다 끝냈다며 잎을 거둔 채 씨앗 맺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멀칭을 하지 않고 심은 수박·참외·오이·호박밭은 바랭이와 같은 잡초들 세상이 돼버렸다. 농작물은 ..

텃밭의 얘들아, 무럭무럭 자라거라

5월 14일(토) 며칠 전 점심식사를 함께 한 지인으로부터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박 한 포기만 심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분은 어린 시절 친구집 원두막에 놀러 가곤 했던 일이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떠오른다고 했다. 어려운 부탁도 아니기에 양수리 종묘상에 들러 수박, 참외, 고추 모종들을 조금씩 더 샀다. 이것들을 다 심어도 만들어 놓은 이랑이 많이 남을 것 같아 고구마 모종도 네 개 샀다. 고구마는 보통 싹으로 심는데, 80~100개 묶음으로만 판다고 해서 모종으로 산 것이다. 서후리에 도착해 가장 먼저 텃밭을 둘러 봤다. 지난 주에 심은 수박 두 포기는 시들시들하고 참외 두 포기는 아예 흔적조차 없어졌다. 멀칭을 하지 않고 두둑만 만들어 심었더니 땅이 너무 메말라 그런 게 아닌지 모르겠다. ..

우리야, 너도 서후리의 자연을 즐겨 봐~~

5월 6일(금)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아내가 4일(수) 밤에 부산서 올라왔다. 나와 큰애도 휴가를 하루 내서 온가족 다섯 식구(강아지 '우리' 포함)가 양평으로 향했다. 양수리에 들러 참외, 수박, 오이, 토마토, 고추(청양고추, 아삭이고추, 꽈리고추), 쌈배추 모종을 샀다. 서후리 도착해 차를 큰길가에 세우고 걸어 올라가는데 강아지 우리가 50m 가량 되는 경사로 중간쯤에서 힘이 드는지 헉헉 거렸다. 큰애, 작은애 모두 '우리' 힘내라고 왁자하게 응원을 하니 낑낑 거리며 완등을 했다. 사람 나이로 치면 70이 넘었다는 만 11살이 나이니 오르막길이 힘에 부칠만도 할 게다. 나는 애호박, 단호박, 맷돌호박 각각 두 포기씩을 심을 구덩이 여섯 개를 파는 걸로 일을 시작했다. 굴삭기로 다져 놓은 돌이 가득한..

갑자기 부자가 됐다!!!

오늘은 양수리 종묘상에 들러 겨자채, 상추, 들깨 모를 조금씩 구입해 서후리로 갔다. 지난주엔 복사꽃들이 한쪽에서 연지 바른 새색시 마냥 수줍게 피어 있었는데, 오늘은 축대 주위에 빙 둘러 심어 놓은 영산홍, 자산홍, 백철쭉들이 활짝 꽃을 피워 멀리서부터 반겼다. 작년보다 꽃이 훨씬 풍성해졌다. 꽃이 진 뒤 7월 초쯤에 전지를 예쁘게 해주면 내년엔 꽃대궐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서울보다 3도 정도 기온이 낮아 꽃소식은 7~10일 정도 늦다. 집터 입구에 가축분 퇴비가 한더미 쌓여 있었다. 양수농협에서 퇴비를 구입해 승용차로 싣고 오기엔 불편한 점이 많아, 근처의 농협 조합원에게서 남는 퇴비를 구할 데가 없겠는지 윤 소장에게 부탁해 이번에 받은 것이다. 승용차 트렁크엔 기껏해야 퇴비를 서너 포대밖에 실..

친구들과 봄밭 함께 일구니, 이 즐거움 어디에 비길까?

4월 16일(토) 호주로 이민 가서 30년째 살고 있는 친구가 며칠 전 입국했다. 88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다니다가 한국사회 현실이 너무 팍팍하다며 결혼과 동시에 이민백을 싸들고 이 땅을 떠나 각고의 노력으로 호주서 사업가로 크게 성공한 친구다. 입국자 격리의무제가 얼마 전 없어지자, 오랫동안 보지 못한 지인들도 만나고 비즈니스도 할 겸 들어온 것이다. 이 친구가 그동안 내 블로그 글을 보고 양평땅이 궁금하다는 얘기를 몇 번 했는데 이번에 날짜를 맞췄다. 아침 일찍 친구를 만나 양평으로 향했다. 도중에 양수리에 들렀다. 수능리 친구가 상추 등은 한꺼번에 다 심으면 끝물 마감도 같은 시기에 이루어지니 2주 정도 간격으로 나눠 심는 게 좋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조금만 샀다. 종묘상 옆에 ..

꽃잔디 심고, 복숭아나무와 대추나무는 옮겨 심고

4월 7일(목), 신문의 날로 휴무일이다. 과거엔 평일에 신문의 날을 맞으면 회사 동료들과 골프를 치러 가곤 했는데, 양평에 터를 닦아 놓은 후에는 골프를 아예 끊다시피 했다. 나무 심어 돌보고 작지만 텃밭 가꾸는 일이 더 즐겁고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연습장마저도 다니지 않으면서 골프와는 아주 멀어지게 됐다. 어제 저녁 집에 올라온 아내가 오랜만에 양평엘 가자고 했다. 그동안 개관식 준비를 하느라 늘 심야근무에 주말까지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거의 5주 만에 집엘 온 것이다. 많이 힘들었을테니 집에서 쉬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지만 아내는 꽃잔디도 심고 주변도 둘러보고 싶다며 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래서 작년 농사철 주말에 늘 그랬듯이 아침 일찍 일어나 양평으로 향했다. 우선 꽃잔디는 축대..

올해 농사를 시작했다

4월 2일(토), 올해 농사 시작을 위해 양평에 다녀왔다. 봄 일을 이렇게 늦게 시작하는 건 서후리서 어린 묘목을 3월에 심으면 동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주위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서울은 벚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양수리 길가엔 아직 꽃망울도 다 올라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서후리는 양수리에 비해 2~3도 가량 기온이 낮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일을 하면 땀이 나지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살짝 냉기가 느껴지는 정도의 날씨였다. 그래서인지 땅엔 튼튼한 뿌리로 겨울을 견뎌낸 냉이만 군데군데서 푸른빛을 띨뿐 다른 풀들은 잠잠했다. 추위가 다 가시질 않아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나 보다. 이틀 전 과천 주암동에 있는 묘목농원서 사 온 에메랄드그린, 주목, 진백, 히버니카 등 조경수 30여 주와 체리 2주(러시..

당근을 심었는데 동자삼이 나왔다

9월 19일(일) 당근을 캐던 아내가 붉은 인삼이 나온다고 소리쳤다. 다른 곳에서 풀을 뽑다가 아내가 치켜든 당근을 보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모습이 아니었다. 고려인삼의 상징으로 담배인삼공사가 광고하는 동자삼, 바로 그 모양이었다. 아내는 아래의 굳은 땅을 뚫지 못한 당근들이 몸집을 옆으로 불리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내가 보기에도, 뿌리채소는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기 전에 먼저 바닥을 깊게 파서 일궈야 한다는데 지난봄에 당근을 파종할 때는 그런 지식이 없어 얕게 일궈 이런 결과가 나온 듯했다. 다행히 얼마 전에 무를 심을 때는 삽날 이상의 깊이로 흙을 일궜으니 이제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며 크기를 기대해 본다. 잡초를 뽑고 주목 묘목에 비닐멀칭을 해주는 것으로 오늘일을 마쳤다. ..

서후리 공기, 서울과 달리 시원하고 상쾌하네

31일(토) 넘어간 양평의 공기는 전날까지의 서울과 달랐다. 등에 내리쬐는 햇볕이 여전히 화살이 꽂히는 것처럼 따갑고 아프기까지 했지만, 때때로 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바람엔 시원함이 묻어 있었다. 비처럼 흐르던 땀도 그런 바람 앞에서는 잠시 내리길 멈췄다. 구름이 잠깐씩 해를 가리고 그에 맞춰 바람까지 불어주면 상쾌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1주일 내내 폭염에 시달린 몸이라 작은 온도 차이도 크게 느껴는 면이 아마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바람을 만나니 오래 전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는 동네에 전기가 들어오기 전이었다. 한여름이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만큼 시원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여름방학이면 툇마루에서 뒹굴며 시원한 바람을 기다리곤 했다. 나무잎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바람이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