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70

꽃잔디 심고, 복숭아나무와 대추나무는 옮겨 심고

4월 7일(목), 신문의 날로 휴무일이다. 과거엔 평일에 신문의 날을 맞으면 회사 동료들과 골프를 치러 가곤 했는데, 양평에 터를 닦아 놓은 후에는 골프를 아예 끊다시피 했다. 나무 심어 돌보고 작지만 텃밭 가꾸는 일이 더 즐겁고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연습장마저도 다니지 않으면서 골프와는 아주 멀어지게 됐다. 어제 저녁 집에 올라온 아내가 오랜만에 양평엘 가자고 했다. 그동안 개관식 준비를 하느라 늘 심야근무에 주말까지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거의 5주 만에 집엘 온 것이다. 많이 힘들었을테니 집에서 쉬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지만 아내는 꽃잔디도 심고 주변도 둘러보고 싶다며 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래서 작년 농사철 주말에 늘 그랬듯이 아침 일찍 일어나 양평으로 향했다. 우선 꽃잔디는 축대..

올해 농사를 시작했다

4월 2일(토), 올해 농사 시작을 위해 양평에 다녀왔다. 봄 일을 이렇게 늦게 시작하는 건 서후리서 어린 묘목을 3월에 심으면 동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주위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서울은 벚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양수리 길가엔 아직 꽃망울도 다 올라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서후리는 양수리에 비해 2~3도 가량 기온이 낮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일을 하면 땀이 나지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살짝 냉기가 느껴지는 정도의 날씨였다. 그래서인지 땅엔 튼튼한 뿌리로 겨울을 견뎌낸 냉이만 군데군데서 푸른빛을 띨뿐 다른 풀들은 잠잠했다. 추위가 다 가시질 않아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나 보다. 이틀 전 과천 주암동에 있는 묘목농원서 사 온 에메랄드그린, 주목, 진백, 히버니카 등 조경수 30여 주와 체리 2주(러시..

뒤늦게 온 가을이 성급히 떠나고 있다

뒤늦게 찾아온 가을이 벌써 계절의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나 싶던 단풍도 불과 며칠 만에 색 바랜 낙옆을 떨군다. 이번 가을은 우리에게 푸른 하늘과 고운 단풍을 즐길 여유도 주지 않고 그냥 스치듯 지나가는가 보다. 아무래도 10월 중순에 갑자기 닥쳤던 찬기운이 나무들을 서둘러 월동채비로 이끌었기 때문인 것 같다. 서울 최저 기온이 0도까지 떨어져 같은 시기에 64년 만에 나타난 최저기온이라고 했던 그 때 서둘러 외투를 꺼내 입었던 일이 떠오른다. 요즘들어 다시 늦가을 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낙엽이 비처럼 내린다. 다행히 2주 전에 심은 월동대파는 잘 뿌리를 내린 것 같다. 밤이면 추위가 찾아오니 여린 모종이 쑥쑥 크는 건 애초 기대를 하지 않았..

가을걷이 후 월동대파를 심었다

10월 16일(토) 주말부터 전국적으로 기온이 급강하할 거라는 예보가 며칠 전부터 이어졌다. 서울의 토요일 최저 기온이 0℃까지 떨어질 거라고 했다. 서울이 그 정도라면 양평, 특히 서후리는 영하까지 떨어질 수 있으니 텃밭 작물들을 그대로 두면 얼 수도 있다. 어제까지 함께 가서 가을걷이에 손을 보태기로 했던 아이들은 막상 아침에 일어나질 못해 아내와 둘이서만 서둘러 출발했다. 지금까지 우리 가족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고 이웃에게까지 넉넉한 인심을 쓸 수 있도록 해 준 고추, 들깨, 당근, 호박 등을 잘 거두고 월동대파를 심는 게 오늘 해야 할 일이다. 서후리 터에 들어서니 선명하게 찍힌 고라니 발자국들이 사방 가득하다. 텃밭을 시작한 초봄에만 몇 차례 보였던 건데 가을산에 벌써 먹을 게 부족해져 이렇게..

가을은 익어가는데... 호박과 고추는 아직도 철을 모르는지

10월 2일(토) 꽃을 앞세워 봄에 맺힌 열매들은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서 쑥쑥 몸집을 키우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가득 머금고 대지로 돌아가지. 요즘이 바로 가을의 초입인데... 고추와 호박은 서리가 내리기 전에 한해 일을 언제 끝내려는지 여전히 꽃을 피우며 벌과 나비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들 사이에서 방아깨비도 덩달아 바쁘다. 호박줄기들을 헤집어 보니 알밤 크기 부터 손가락 만한 것까지 애호박들이 여전히 많이 달려 있다. 고추도 한 줄기에 붉은 고추와 풋고추가 사이좋게 옹기종기 매달려 있다. 서리가 오기 전에 미리 고춧대를 뽑고 고추와 잎을 따려고 했더니 아내가 한 주만 더 두고 보자고 했다. 가을상추는 봄에 비하면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뿌리를 제대로 내렸는지 잎들을 제법 펼쳐내고 있..

가을 채소를 심었다

9월 4일(토) 2주 만에 찾은 서후리 텃밭엔 가을이 성급하게 내려온 모습이었다. 뜨거운 볕을 피하려는지 여름 내내 잎사귀 밑에 웅크리고 있던 호박들이 이제는 여기저기서 누런 자태를 온통 드러낸 채 누워 있었다. 그동안 볕을 가려주던 잎들이 절반쯤은 말라버렸고 석달여 동안 거름과 햇볕을 자양분으로 자란 열매는 더 이상 햇볕을 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단단하게 여물었기 때문이다. 들깨도 잎들이 바래기 시작했다. 깨송이를 따보겠다며 잔뜩 기대를 품었던 아내는 누래지는 잎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며 아쉬워 했다. 아내가 고추를 따는 동안, 나는 배추와 무를 심으려고 상추를 가꿨던 자리를 삽으로 깊게 갈아 엎었다. 2주 전에 뿌려 놓은 퇴비를 골고루 섞어 주는 일도 함께 했다. 삽질은 언제 해도 힘이 들었다. 한 두..

늙은 호박, 익은 수박 그리고 배추씨앗 파종 준비

무더위 기세가 한 풀 꺽이자 아침, 저녁으로 기온 변화가 느껴지는 요즘이다. 한낮의 더위를 더욱 뜨겁게 달궈대던 매미 울음소리가 이제는 ’(여름아)가지마, 가지마‘라고 외치는 걸로 들릴 정도니 말이다. 과연 끝날까 하는 염려가 들 정도로 지독했던 폭염도 시간의 너울을 타고 오는 계절 변화 앞에선 어쩔 수가 없나 보다. 8월 14일(토), 서후리를 2주 만에야 찾았다. 지난 주말은 2년간 부산 근무를 하게 된 아내를 도와 이사를 하느라 서후리행을 거를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부산 근무기간 동안 금요일 저녁에 올라왔다가 월요일 새벽 비행기로 내려가는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한다. 이제 별거생활 1주일이 됐다. 한 주를 건너뛰었을 뿐인데도 서후리엔 아주 오랜만에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집터 여기저기엔 잡초들이 또..

서후리 공기, 서울과 달리 시원하고 상쾌하네

31일(토) 넘어간 양평의 공기는 전날까지의 서울과 달랐다. 등에 내리쬐는 햇볕이 여전히 화살이 꽂히는 것처럼 따갑고 아프기까지 했지만, 때때로 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바람엔 시원함이 묻어 있었다. 비처럼 흐르던 땀도 그런 바람 앞에서는 잠시 내리길 멈췄다. 구름이 잠깐씩 해를 가리고 그에 맞춰 바람까지 불어주면 상쾌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1주일 내내 폭염에 시달린 몸이라 작은 온도 차이도 크게 느껴는 면이 아마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바람을 만나니 오래 전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는 동네에 전기가 들어오기 전이었다. 한여름이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만큼 시원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여름방학이면 툇마루에서 뒹굴며 시원한 바람을 기다리곤 했다. 나무잎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바람이 숲..

태양은 이글거렸지만 그늘에서 본 하늘은 아름답더라

7월 17일(토) 며칠 째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로 낮엔 물론이고 밤에 잘 때도 에어컨을 돌려야만 하는 요즘이다.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아침 6시 반에 집을 나섰는데 양양고속도로와 팔당대교 진입램프는 정체가 벌써 시작돼 있었다. 다른 주말과 비교하면 1시간 정도 늦은 시각의 혼잡상황과 비슷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코로나 방역 4단계 조치가 시행된다고 하니 모두들 새벽부터 강원도 쪽으로 내려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서후리 도착해 텃밭을 보니 큰 고추들이 제법 많이 달려 있고 수박도 1주일 전에 비해 꽤 자란 듯 했다. 커다란 애호박들 무게에 밑으로 처진 호박 줄기는 게으른 농부를 탓하는 듯 했다. 방울토마토는 익은 게 별로 없었다. 잠실 한강공원의 농사체험장에 있는 것들도 그렇던데 노지 토마토는 익는 속도..

장맛비를 견뎌낸 텃밭의 친구들아, 고맙다!!

7월 10일(토) 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본격 확산세에 접어들면서 이번 주 들어 가슴 쓸어내릴 일을 두 차례나 겪었다. 작은애가 지난 6월 말 들른 식당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며 검사통보 문자를 받았고, 그로부터 이틀 만인 금요일 저녁에 아내까지 3일 전에 다녀온 골프장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문자를 받고 내내 좌불안석이던 아내는 토요일 오전 11시 쯤에 검사결과 음성이라는 통보를 받고서야 격리를 스스로 풀었다. 힘든 시간을 보낸 아내에게 위로가 필요해 보였다. 늦은 시각이지만 양평에 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했다. 엄마와 같은 일을 겪고 일주일 넘게 외출을 삼가며 저녁에 한강산책만 하며 갑갑해 하던 둘째도 손뼉을 치며 따라 나섰다. 양평 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