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144

안전보건교육을 받았다

3월 16일(목) ‘건설업 기초안전보건보건교육’을 받았다. 국비로 전액 지원되는 조적, 목공, 타일 등 건축기능교육을 받으려고 해당 학원들에 알아봤더니 이 교육을 먼저 이수한다고 해서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고용노동부 위탁을 받은 민간 교육기관들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나는 천호동 로터리 인근에 있는 대신산업보건원이라는 곳에 가서 교육을 받았다.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사업자, 관리자들이 반드시 지키고 주의해야 할 안전수칙과 방법, 그에 필요한 권리와 의무 등이 4시간 동안 강의식으로 진행된다.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와 인명 손실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시행하는 교육이라 건설노동자로 일하려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55세 이상이나 생활보호대상자는 교육비가 무료, 이에 해당되..

처음 해본 용접, 정말 어렵네~~

대전서 기계제작공장을 운영하는 군대 동기에게 가서 이틀간 용접기술을 배우고 왔다. 교육은 친구가 용접원리를 설명한 다음 상황별로 기술시범을 보이면 따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용접시 자세는 모재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용접봉을 아래로 향하거나 위로 향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용접봉을 위로 향하는 용접은 다시 세로로 진행하는 경우와 가로로 진행하는 경우로 나뉜다. 용접기술로는 용접봉을 한 방향으로 녹여가는 선용접, 비드를 만들며 나아가는 위빙, 모서리 부분이나 얇은 모재에 적용하는 점용접 등 작업 환경에 따라 다양하다. 용접봉이 녹는 용융점이 3천도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철판 두께가 얇은 모재에 열이 일정 시간 이상 가해지면 구멍이 뚫린다. 점용접은 그런 사고를 막기 위한 기술이다..

두 달여 만에야 가봤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두 달여 만에 양평길에 나섰다. 출발하며 본 자동차의 외기 온도계는 8.5도였는데 팔당대교를 건널 무렵부터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시간 가까이 지나 서후리에 도착하니 1.5도를 가리킨다. 7도나 차이가 났다. 해가 이미 떠오른 시각인데도 그러니 같은 시간대로 비교하면 서울과 서후리의 온도차는 훨씬 커질 것 같다. 차에서 내리는데 찬 기운이 확 몰려 왔다. 순간 옷을 너무 얇게 입고 온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될 정도의 날씨였다. 입에서 나온 하얀 김이 찬 공기 속으로 퍼지다 이내 사라졌다. 주변 집들의 지붕은 온통 허연 서리모자를 쓰고 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동네가 여태 조용하다. 개들도 추위 때문에 집에서 나오질 않았는지 늘 들리던 짖는 소리도 없다. 터를 미처 둘러보기도..

게으른 도시농부의 텃밭이란...

7월 9일(토), 아내와 함께 2주 만에 양평을 찾았다. 오늘은 오후에 일이 있어 점심 전까지 집에 돌아올 수 있도록 아침 6시에 문을 나섰다. 이른 시각인데도 올림픽대로는 붐볐고 양양행 고속도로 입구와 팔당대교에도 차가 제법 많았다. 고유가 시대에도 이른 아침부터 도로가 붐비는 모습을 보며 퇴직하면 이렇게 붐비는 주말을 피해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그려 봤다. 이제 7개월 반 뒤면 34년 2개월을 이어온 회사생활이 막을 내린다. 비온 뒤라 그런지 터엔 우뚝 자란 망초들이 게으른 주인을 한껏 비웃는 듯 했다. 텃밭엔 상추들이 제 할 일을 다 끝냈다며 잎을 거둔 채 씨앗 맺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멀칭을 하지 않고 심은 수박·참외·오이·호박밭은 바랭이와 같은 잡초들 세상이 돼버렸다. 농작물은 ..

검은등뻐꾸기는 뭘 그리도 보여주고 싶은 걸까?

5월 21일(토) 텃밭에서 일하는 데 건너편 산 어디선가 들려오는 민망한 새 소리가 줄기차게 귀를 간지럽힌다.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다. 이 새의 울음소리는 십수년 전 광릉CC에서 처음 들은 기억이 있다. 울음소리가 희한하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캐디가 ‘홀딱벗고’ 새라고 알려 줬다. 캐디의 얘기 때문인지 다시 들어보니 정말 ‘홀딱벗고’로 들렸다. 스님들에겐 ‘머리깍고’로 들린다고도 했다. 짝짓기를 갈망하는 애절한 어느 수컷의 노래인지도 모를 그 울음소리는 오전 내내 이어졌다. 볕이 따갑게 느껴질 때쯤 산들바람이 산자락을 타고 내려와 내 밀짚모자 속에 맺힌 땀을 식혀 줬다. 수능리 친구가 타이밴드를 가져와 쳐진 울타리망을 다잡아주고 돌아갔다. 늘 고마운 친구다. 텃밭일을 어느 정도 마친 뒤 점심식사를 위해 ..

텃밭의 얘들아, 무럭무럭 자라거라

5월 14일(토) 며칠 전 점심식사를 함께 한 지인으로부터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박 한 포기만 심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분은 어린 시절 친구집 원두막에 놀러 가곤 했던 일이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떠오른다고 했다. 어려운 부탁도 아니기에 양수리 종묘상에 들러 수박, 참외, 고추 모종들을 조금씩 더 샀다. 이것들을 다 심어도 만들어 놓은 이랑이 많이 남을 것 같아 고구마 모종도 네 개 샀다. 고구마는 보통 싹으로 심는데, 80~100개 묶음으로만 판다고 해서 모종으로 산 것이다. 서후리에 도착해 가장 먼저 텃밭을 둘러 봤다. 지난 주에 심은 수박 두 포기는 시들시들하고 참외 두 포기는 아예 흔적조차 없어졌다. 멀칭을 하지 않고 두둑만 만들어 심었더니 땅이 너무 메말라 그런 게 아닌지 모르겠다. ..

우리야, 너도 서후리의 자연을 즐겨 봐~~

5월 6일(금)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아내가 4일(수) 밤에 부산서 올라왔다. 나와 큰애도 휴가를 하루 내서 온가족 다섯 식구(강아지 '우리' 포함)가 양평으로 향했다. 양수리에 들러 참외, 수박, 오이, 토마토, 고추(청양고추, 아삭이고추, 꽈리고추), 쌈배추 모종을 샀다. 서후리 도착해 차를 큰길가에 세우고 걸어 올라가는데 강아지 우리가 50m 가량 되는 경사로 중간쯤에서 힘이 드는지 헉헉 거렸다. 큰애, 작은애 모두 '우리' 힘내라고 왁자하게 응원을 하니 낑낑 거리며 완등을 했다. 사람 나이로 치면 70이 넘었다는 만 11살이 나이니 오르막길이 힘에 부칠만도 할 게다. 나는 애호박, 단호박, 맷돌호박 각각 두 포기씩을 심을 구덩이 여섯 개를 파는 걸로 일을 시작했다. 굴삭기로 다져 놓은 돌이 가득한..

갑자기 부자가 됐다!!!

오늘은 양수리 종묘상에 들러 겨자채, 상추, 들깨 모를 조금씩 구입해 서후리로 갔다. 지난주엔 복사꽃들이 한쪽에서 연지 바른 새색시 마냥 수줍게 피어 있었는데, 오늘은 축대 주위에 빙 둘러 심어 놓은 영산홍, 자산홍, 백철쭉들이 활짝 꽃을 피워 멀리서부터 반겼다. 작년보다 꽃이 훨씬 풍성해졌다. 꽃이 진 뒤 7월 초쯤에 전지를 예쁘게 해주면 내년엔 꽃대궐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서울보다 3도 정도 기온이 낮아 꽃소식은 7~10일 정도 늦다. 집터 입구에 가축분 퇴비가 한더미 쌓여 있었다. 양수농협에서 퇴비를 구입해 승용차로 싣고 오기엔 불편한 점이 많아, 근처의 농협 조합원에게서 남는 퇴비를 구할 데가 없겠는지 윤 소장에게 부탁해 이번에 받은 것이다. 승용차 트렁크엔 기껏해야 퇴비를 서너 포대밖에 실..

친구들과 봄밭 함께 일구니, 이 즐거움 어디에 비길까?

4월 16일(토) 호주로 이민 가서 30년째 살고 있는 친구가 며칠 전 입국했다. 88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다니다가 한국사회 현실이 너무 팍팍하다며 결혼과 동시에 이민백을 싸들고 이 땅을 떠나 각고의 노력으로 호주서 사업가로 크게 성공한 친구다. 입국자 격리의무제가 얼마 전 없어지자, 오랫동안 보지 못한 지인들도 만나고 비즈니스도 할 겸 들어온 것이다. 이 친구가 그동안 내 블로그 글을 보고 양평땅이 궁금하다는 얘기를 몇 번 했는데 이번에 날짜를 맞췄다. 아침 일찍 친구를 만나 양평으로 향했다. 도중에 양수리에 들렀다. 수능리 친구가 상추 등은 한꺼번에 다 심으면 끝물 마감도 같은 시기에 이루어지니 2주 정도 간격으로 나눠 심는 게 좋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조금만 샀다. 종묘상 옆에 ..

꽃잔디 심고, 복숭아나무와 대추나무는 옮겨 심고

4월 7일(목), 신문의 날로 휴무일이다. 과거엔 평일에 신문의 날을 맞으면 회사 동료들과 골프를 치러 가곤 했는데, 양평에 터를 닦아 놓은 후에는 골프를 아예 끊다시피 했다. 나무 심어 돌보고 작지만 텃밭 가꾸는 일이 더 즐겁고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연습장마저도 다니지 않으면서 골프와는 아주 멀어지게 됐다. 어제 저녁 집에 올라온 아내가 오랜만에 양평엘 가자고 했다. 그동안 개관식 준비를 하느라 늘 심야근무에 주말까지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다가 거의 5주 만에 집엘 온 것이다. 많이 힘들었을테니 집에서 쉬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지만 아내는 꽃잔디도 심고 주변도 둘러보고 싶다며 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래서 작년 농사철 주말에 늘 그랬듯이 아침 일찍 일어나 양평으로 향했다. 우선 꽃잔디는 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