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토)
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본격 확산세에 접어들면서 이번 주 들어 가슴 쓸어내릴 일을 두 차례나 겪었다.
작은애가 지난 6월 말 들른 식당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며 검사통보 문자를 받았고, 그로부터 이틀 만인 금요일 저녁에 아내까지 3일 전에 다녀온 골프장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문자를 받고 내내 좌불안석이던 아내는 토요일 오전 11시 쯤에 검사결과 음성이라는 통보를 받고서야 격리를 스스로 풀었다. 힘든 시간을 보낸 아내에게 위로가 필요해 보였다. 늦은 시각이지만 양평에 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했다. 엄마와 같은 일을 겪고 일주일 넘게 외출을 삼가며 저녁에 한강산책만 하며 갑갑해 하던 둘째도 손뼉을 치며 따라 나섰다.
양평 가는 길은 올림픽대로에서만 조금 지체됐을 뿐 늘 막히던 팔당대교 램프는 오히려 괜찮았다. 목왕리를 지나 벗고개를 넘어 수능리에 들어서자 굵은 밧방울이 떨어졌다. 소나기 구름이 높은 산들에 걸려서 움직이질 못하고 한자리에 머물며 비를 뿌리는 것 같았다. 비는 서후리 도착하니 그쳤다.
윤 소장이 굴삭기로 물길을 도로 쪽으로 내놨다고 했는데, 그 때문인지 아랫터 쪽으로 경사로에 난 물길은 없는 듯 했다.
맷돌호박은 10m도 넘게 순들을 사방으로 뻗었고, 수박 중에 한 개는 핸드볼 정도 크기로 제법 자라 있었다. 고춧대는 비바람에 쓸렸는지 넘어진 채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팔뚝만 하게 자란 열매를 달고 있는 애호박과 오이 줄기들도 힘겨워 보였다. 지주를 훌쩍 넘겨 자란 토마토들은 꺽인 줄기가 서로 얽혀 있었다. 한쪽이 물에 잠긴 당근모판에선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들리는 듯 했다. 축대쪽을 둘러보니 물길에 흙이 쓸린 흔적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장맛비가 남긴 상처였다.
그나마 장마를 잘 견뎌준 텃밭의 친구들이 고맙다.
토마토와 호박은 더 이상 자리지 못하도록 순을 치고, 넘어진 고춧대는 지주를 새로 박아 일으켜 세웠다. 아내가 상추와 깻잎을 딴 뒤 물에 잠긴 당근모들을 옮겨 심는 동안 둘째와 함께 기세등등하게 줄기를 뻗어가는 바랭이를 비롯한 잡초들을 뽑았다.
그렇게 두어 시간 일을 하는 동안 비는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후두둑’ 소리가 나면 바로 우산을 써야 했다. 빗방울이 도토리만큼이나 컸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장마철 소나기는 소 잔등을 두고 다툰다“는 옛말이 있는데 둘째가 난생 처음으로 눈앞에서 그 걸 경험했다.
오락가락하는 비 때문에 더 머물기도, 다른 일을 하기는 어려웠다. 다음 주에 몰아서 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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