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99

감나무가 떠나갔다. 추위를 못 이기고...

5월20일(토) 오늘 수능리 친구집에 대학 1년 후배 세 명이 놀러온다고 해서 함께 하기로 했다. 그들 중 한 명은 내가 군 제대 후 3학년에 복학했을 때 만나 2년간 공부를 함께 했고 지금도 친구로 지내는 사이다. 다른 두 명은 수능리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사이로 각각 대학교수와 반도체 관련 사업가로 활동 중인데 나와 직접적인 인연은 없다. 그들은 오후 4시쯤 도착하기로 돼 있는데, 나는 텃밭에 할 일이 많은데다 주말이면 조금만 늦어도 막히는 팔당대교를 헤치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5월 초에 심은 들깨모가 추위 때문인지 모두 녹아버려 새로 마련하려고 양수리 종묘상에 들렀는데 이미 공급이 끝났다고 해서 대신 대파모만 몇 개 사서 나왔다. 목왕리를 지나 벗고개 중턱의 두물머리IC..

텃밭농사 - 우중에 고추, 호박, 수박모를 심었다

5월 5일(금) 새벽녘, 창밖 난간에 맺혔다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침대맡으로 아주 약하게 들려온다. 비가 내리긴 하지만 많이 오는 건 아닌 듯 했다. 주변을 더듬어 핸드폰과 안경을 찾았다. 화면빛에 부신 눈을 찡그린 채 날씨정보를 검색했다. 서울 강수확률이 80%대로 나온다. 서종면의 강수확률은 40%대다. 어제 저녁에는 서울과 양평의 오늘 강수확률이 모두 100%였다. 거실로 나와 커튼을 걷고 밖을 보니 빗줄기는 보슬비 정도로 많이 가늘었다. 강수확률이 80%대인데 보슬비 정도 내린다면 그 절반인 서종면은 비가 안 내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거기에 이번 주말 연휴에 고추와 호박모를 심어야 하는데 이 정도 비라면 오히려 오늘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심어 놓은 상추도 첫 수확을 할 수 있지 ..

부족한 흙을 어떻게 구할까?

4월 14일(금) 퇴직하고 나니 아내가 올라오지 않는 주엔 양평을 가는 날을 굳이 주말로 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게다가 다음 주 월요일 부산에 내려가 2주가량 머물 계획이라 이번엔 도로가 덜 붐비는 평일을 택해 양평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래서 수능리 친구와 오늘로 날짜를 맞췄다. 지난번에 석축을 새로 쌓으면서 돌 사이사이에 영산홍과 자산홍, 백철쭉을 섞어 심었다. 같은 시기에 꽃이 피니 세 가지 색깔이 어우러지면 아름답다. 하지만 사계절로 넓혀보면 꽃이 없는 시기엔 풍경이 지나치게 단조롭고, 특히 겨울철엔 앙상한 가지만 남는 것이 보기에 별로 안 좋다. 그래서 군데군데 회양목과 주목을 추가로 심기로 했다. 우선 팔당터널을 지나면 오른쪽 길가서 만나게 되는 솔바위농원에 들러 회양목을 두 다발 사고 양수리..

집터 다시 만들기(평탄화와 석축쌓기)

2년 전에 3단으로 조성한 터의 맨 윗단과 가운데 단을 하나로 통합하는 토목공사를 나흘간 진행했다. 최초 토목공사를 한 뒤 1단서 3단까지 고저차가 커서 너무 불편하다는 생각을 늘 하던 차에 부동산개발회사를 경영하는 지인의 조언이 재공사를 결심하게 만들었다. 임야를 택지로 개발하는 토목공사 경험이 전무했고 관련분야 지식도 턱없이 부족했던 터라 이런 시행착오가 빚어졌고 수업료를 비싸게 치룬 셈이 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차 공사때 쌓은 석축의 돌을 100% 재활용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보다 석축이 길고 높아지는 바람에 비용은 크게 늘어났다. 축대를 쌓기 전 첫날에 1단에 있는 지하수 관정에서 수도관 2개, 전기관 1개를 2.5m 깊이로 집 지을 자리까지 매설하는 작업을 했다. 큰길 쪽 석축은 최대 높..

안전보건교육을 받았다

3월 16일(목) ‘건설업 기초안전보건보건교육’을 받았다. 국비로 전액 지원되는 조적, 목공, 타일 등 건축기능교육을 받으려고 해당 학원들에 알아봤더니 이 교육을 먼저 이수한다고 해서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고용노동부 위탁을 받은 민간 교육기관들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나는 천호동 로터리 인근에 있는 대신산업보건원이라는 곳에 가서 교육을 받았다.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사업자, 관리자들이 반드시 지키고 주의해야 할 안전수칙과 방법, 그에 필요한 권리와 의무 등이 4시간 동안 강의식으로 진행된다.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와 인명 손실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시행하는 교육이라 건설노동자로 일하려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55세 이상이나 생활보호대상자는 교육비가 무료, 이에 해당되..

당근을 심었는데 동자삼이 나왔다

9월 19일(일) 당근을 캐던 아내가 붉은 인삼이 나온다고 소리쳤다. 다른 곳에서 풀을 뽑다가 아내가 치켜든 당근을 보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모습이 아니었다. 고려인삼의 상징으로 담배인삼공사가 광고하는 동자삼, 바로 그 모양이었다. 아내는 아래의 굳은 땅을 뚫지 못한 당근들이 몸집을 옆으로 불리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내가 보기에도, 뿌리채소는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기 전에 먼저 바닥을 깊게 파서 일궈야 한다는데 지난봄에 당근을 파종할 때는 그런 지식이 없어 얕게 일궈 이런 결과가 나온 듯했다. 다행히 얼마 전에 무를 심을 때는 삽날 이상의 깊이로 흙을 일궜으니 이제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며 크기를 기대해 본다. 잡초를 뽑고 주목 묘목에 비닐멀칭을 해주는 것으로 오늘일을 마쳤다. ..

작은 아이, 강아지도 함께 한 양평에서의 하루

6월 18일(토) 오늘 양평행엔 둘째 아이와 우리(개)가 함께 했다. 식구 중에서도 둘째와 우리(개)는 아주 각별한 사이다. 한 달된 강아지를 입양해 키우기 시작한지 올해로 만 10년이 됐는데, 우리(개) 입양이 둘째의 간절한 바람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둘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개를 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2년여가 지나도록 허락하지 않자 2011년 8월 초 어느 날,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왔다. “아빠, 학교 끝나고 텅 빈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직접 열고 들어올 때 내가 겪는 외로움이 얼마나 큰지 알아? 그래서 개를 키우고 싶다는 건데 왜 허락해 주지 않는 거야. 아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제발 허락해 줘. 공부 열심히 하고 뭐든 다 할게” 아이가 엄마도 출근하고 없는 빈 집에 돌아와..

맨홀 뚜껑이 사라졌다

6월5일(토) 가는 길에 먼저 수능리 친구집 건축현장에 들렀다. 주말이라 일을 쉬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15일쯤 완공 예정이라며 인테리어 작업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겉모습이 웅장하고 보기 좋았다. 현관문이 잠겨 있어 겉만 둘러보고는 서후리로 향했다. 주차를 하고 집터로 들어서며 보니 주중에 내린 비가 물길을 따라 밖으로 흘러간 흔적이 눈에 띄었다. 지난주에 물길을 내느라 애쓴 보람이 있었다고 만족하며 집터로 올라서니, 아래 터로 내려가는 경사로엔 이전과 같이 빗물이 파놓은 골이 두 개나 나 보였다. 집터 안에 내린 빗물이 낮은 쪽인 경사로를 따라 골을 파며 내려간 것이다. 지하수 관정 옆의 우수맨홀 주변과 안에는 경사로에서 쓸려온 토사가 쌓여 있었다. 그런데 맨홀 뚜껑이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에 ..

수확한 쌈채소, 이웃과 나누고 저녁식탁까지 푸짐하게

5월 29일(토) 며칠 전 주문한 바비큐그릴이 어제 도착해, 오늘 점심은 그릴에 고기를 구워 먹기로 하고 밥과 반찬들을 챙겨들고 아내와 서후리로 향했다. 도중에 양수리 종묘상에 들렀다. 지난주에 보니 불그스름한 잎의 채소가 꽃까지 피운 채 우뚝 솟아 있길래 찍어둔 사진을 보여주고 무슨 채소인지를 물었다. 주인은 적(붉은)겨자채라며, 꽃이 피면 채소로써 효능은 끝나니 뽑아내라고 알려 줬다. 냉해를 입은 고추, 오이, 가지, 토마토 등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도 물었더니 영양제를 뿌려 주면 될 거라고 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냉해에서 벗어나니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영양제는 한 병에 1만2천 원인데 100배로 희석해 분무해 주면 된다고 했다. 준비된 분무기도 없고 면적이 작은데 영양제를 사야 조금..

귀한 손님과 서후리서 첫 점심을 바비큐로...

5월 22일(토) 오늘도 이른 아침을 먹고 양평으로 향했다. 고추, 오이, 가지, 애호박 등 열매채소들에 줄을 매고 지난주에 심은 조경수 묘목들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서후리 도착해 텃밭으로 먼저 간 아내가 깜짝 놀란 듯 소리를 질렀다. “어머, 얘들 좀 봐!!!” 무슨 일인가 했는데 아내의 그 다음 말이 이어졌다. “일주일 새에 이렇게나 많이 컸네~~” 서둘러 가보니 아내가 놀랄만 했다. 상추를 비롯한 채소들이 참 많이 컸다. 씨앗으로 뿌린 당근모판에도 싹들이 올라와 있었다. 잘못 파종해 아무 것도 올라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다. 그런데 고추, 토마토, 오이, 호박 등은 별로 자라질 않았고 상태도 시원찮아 보였다. 5월 5일 모종으로 심었는데 바로 뒤인 6일과 7일 이틀간 바람이 많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