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야개발 9

텃밭에 고라니막이 울타리까지 쳤다

5월 5일(수) 며칠 전 블루베리전문농장으로부터 한 달 전쯤 예약한 블루베리 5주를 이번 주 안에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금요일까지 묘목이 도착하면 토요일에 가서 심고 텃밭일도 마무리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아내가 어버이 날(토)에 맞춰 친정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나는 주말에 양평 가서 해야 할 일이 많으니 친정은 어린이날에 당겨서 다녀오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하지만 아내는 주말에 어버이날을 맞는 게 흔치 않으니 꼭 그날에 맞춰 다녀오고 싶다고 했다. 아내가 어떤 마음으로 친정에 다녀오겠다는 것인지를 아는 만큼 내 생각만 내세울 수가 없었다. 혼자서 하루에 텃밭일을 마무리하고 블루베리까지 심고 돌아오기는 무리라고 판단돼 계획을 바꿨다. 어린이 날인 오늘 아내와 함께 가서 모종 심는..

지하수 관정 맨홀의 단열작업과 나무 물주기

12월 2일(수) 지하수 관정 맨홀에 단열작업을 했다. 요즘들어 서울도 밤엔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날이 이어지면서 지하수 관정이 얼지나 않을까 염려가 많았다. 양평은 서울보다 평시 기온이 3~4도 가량 낮은 곳이라 그 걱정이 더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제 월요일까지는 다가오는 주말에나 가서 할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수능리에 집 지을 준비를 하는 친구가 수요일에 시간이 난다며 본인 것을 하는 참에 우리 것까지 해주겠다는 전화를 해왔다. 고마운 얘기였지만 친구가 혼자 작업을 하게 둘 수는 없어 오후반차를 내고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친구가 단열작업에 필요한 스티로폼과 필요한 자재를 준비해 오전에 먼저 가있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중이었던 나는 아침 7시에 업무를 시작해 12시 마감을 하고는 친구가..

보강토블럭축대 기초준비

9월 25일, 보강토블럭으로 축대를 쌓을 자리에 기초준비 작업을 하는 날이다. 한 줄로 땅을 길고 깊게 판 다음 바닥에 철근을 한 층 엮어 넣는 일이다. 거푸집은 대지 않고 땅의 내력을 이용해 축대의 안전성을 높이는 거라고 윤 소장은 설명했다. 윤 소장이 혼자서 작업을 한다고 했지만 어떻게 하는 건지도 볼 겸 하루 휴가를 내고 거들겠다는 제안을 했었다. 내가 살 땅을 만드는 작업인데 뭐라도 조금은 직접 하고 싶기도 했다. 윤 소장은 혼자해도 충분한 일이라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을 하면 좋겠다며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침에는 굴삭기로 땅을 파는 일이니 일찍 올 필요는 없다고 했다. 아내가 직접 만든 샌드위치 세 개와 김밥 세 줄, 샤인머스켓 포도 한 송이를 소풍용 아이스박스에 넣어 주었다. 1..

임야를 대지로 바꾸면 땅이 줄어든다?

9월 24일(목), 분할측량을 했다. 처음 토지를 매입할 당시엔 안쪽 땅으로 들어가는 폭 5m의 진입도로를 아래쪽에 내기로 했었다. 그에 따라 분할측량 후 지적도 등재까지 이루어졌다. 그런데 토목공사 협의 과정에서 윤 소장이 도로 위치를 위쪽으로 내는 게 좋다는 의견을 냈다. 아래쪽에 도로를 내면 내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위로 도로를 내야 윗땅과 도로를 사이에 둬 이격이 되고 전체적으로 땅을 넓게 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분할측량을 다시 하게 됐다. 우선 도로부지를 바꾸려면 아래쪽에 있던 도로용지를 내 땅으로 넣는 대신에 내 땅의 위쪽에서 같은 면적으로 도로용지를 잘라 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원 토지주와 도로용지 변경을 위한 지분교환계약을 추가로 체결한 뒤 아래쪽의 도로지분..

벌목을 하다

8월 18일(화), 터닦기 공사의 제1단계인 벌목을 했다. 땅을 구입한 뒤 처음 진행하는 공사였다. 다큐멘터리TV 채널에서 가끔 보던 외국의 벌목 영상을 상상했는데, 현장에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엔진톱을 사용하는 전문 벌목꾼 한 명과 굴삭기를 조종하는 윤 소장이 한 조가 돼 작업을 진행했는데 50여 년생 잣나무 한 그루를 쓰러뜨리는데 불과 1분 정도가 걸릴 뿐이었다. 정말 엄청난 속도였다. 벌목꾼이 쓰러뜨릴 방향에서 톱질을 얕게 한 다음 반대쪽을 잘라 들어가면 굴삭기가 집게손으로 밀어 넘어뜨리는 방식이었다. 나무가 쓰러지면 벌목꾼은 톱으로 가지들을 자른 다음, 곧은 줄기를 재목 크기로 절단했다. 그렇게 나무를 옮겨가며 벌목을 하다가 벌목꾼이 엔진톱에 오일을 보충하거나 잠시 휴식을 취할 때면 굴삭기는 잘..

임야개발 허가를 위해 측량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휴무인 4월 7일 '신문의 날'에 맞춰 미리 약속해 둔 일들을 처리하러 양평에 다녀왔다. 먼저 측량회사 관계자와 만나 임야를 대지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허가 관련 대행계약을 체결한 뒤, 부동산에 가서 도로용지 이전을 위한 토지교환계약과 등기 관련 일을 했다. 임야를 대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군청에서 산림형질변경 허가를 받은 다음 토목공사를 해야 한다.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양평지역에서는 산림형질변경만으로는 임야를 대지로 개발할 수 없고 건축까지 함께 허가를 내야 한다고 한다. 이 때 첨부해야 하는 서류로는 공사를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토목공사계획서와 건축허가에 필요한 건축설계서, 소나무에 치명적인 해충으로 알려진 재선충의 방제계획서 등이 있다. 이 같은 서류를 갖추는 것은 전문적인 일이라 일반 개..

임야개발과 관련해 궁금한 사항들

2월 22일(토) 이마트트레이더스에서 마스크를 구입한 뒤 서후리로 갔다. 토목전문가 윤 소장이 먼저 나와 땅의 고도차를 재고 있었다. 그가 실측한 땅의 고도차이는 7m로 구글어스를 통해 내가 확인해 본 것과 차이가 없었다. 온 지구상의 땅에 대해 작은 면적의 고도 차이까지 정확하게 알려주다니... 구글은 정말 대단한 회사다. 문호리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내가 궁금해 했던 아래 사항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 문답만으로 나의 모든 궁금증이 해소된 건 아니다. 만날 때마다 묻고 인터넷도 열심히 들여다 봐야 한다. 1. 윤00 소장님께서 본인 소유의 임야와 제 땅을 함께 개발허가 신청해 공사를 진행하기로 하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발허가신청 주체는 건축회사와 측량사무소 중에 누가 되는 건가요? 측량사무소가 ..

개발계획을 세우려면 시뮬레이션이 필요해

12월 11일(수) 부동산 사장에게 땅의 네 변 길이와 도로기준으로 맨 아래 시작지점부터 위에 도로가 ㄱ자로 꺽이는 지점까지 기울기와 고도차를 측량사무소에 물어서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석축의 높이와 면적, 대문과 주차장 위치 등을 다양한 레이아웃으로 내가 먼저 시뮬레이션해보기 위함이었다. 부동산 사장이 분할측량을 해야 정확한 수치가 나온다며 대략적인 가로와 세로 길이를 알려왔다. 기울기와 고도차는 측량 전이라 지금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구글어스로 재보니 고도차 7m 정도에 기울기는 12도 쯤으로 나왔다. 우선 이 수치들을 토대로 모눈종이에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려볼 생각이다.

겨울의 북한강변길, 그 몽환적인 풍경

12월 8일(일) 오늘은 나 혼자 양평을 다녀왔다. 아내는 어제 친정에 내려갔다. 장인께서 낙상으로 입원해 계셔서 처제와 주말마다 번갈아 내려가는 중이다. 지난 목요일, 문호리 서호건축 박 사장과 오늘 8시 30분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었다. 아침을 일찍 차려 먹고 집을 나섰는데 날씨가 찼다. 자동차 앞유리에 하얗게 내려앉은 성애를 긁어내는데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팔당대교를 건넌 다음 두물머리 시장 앞에서 우회전해 북한강변을 따라 가는 길을 달렸다. 오른편엔 밤사이 내린 눈인지 공기 중의 수분이 얼어붙은 성애인지가 나뭇가지와 산을 온통 하얗게 덮고 있다. 왼편의 북한강은 푸르다 못해 검은색을 띠며 잔물결을 일렁이고 있다. 내가 달리는 길이 흑과 백 사이에서 세상을 정확하게 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