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준비 60

늙은 호박, 익은 수박 그리고 배추씨앗 파종 준비

무더위 기세가 한 풀 꺽이자 아침, 저녁으로 기온 변화가 느껴지는 요즘이다. 한낮의 더위를 더욱 뜨겁게 달궈대던 매미 울음소리가 이제는 ’(여름아)가지마, 가지마‘라고 외치는 걸로 들릴 정도니 말이다. 과연 끝날까 하는 염려가 들 정도로 지독했던 폭염도 시간의 너울을 타고 오는 계절 변화 앞에선 어쩔 수가 없나 보다. 8월 14일(토), 서후리를 2주 만에야 찾았다. 지난 주말은 2년간 부산 근무를 하게 된 아내를 도와 이사를 하느라 서후리행을 거를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부산 근무기간 동안 금요일 저녁에 올라왔다가 월요일 새벽 비행기로 내려가는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한다. 이제 별거생활 1주일이 됐다. 한 주를 건너뛰었을 뿐인데도 서후리엔 아주 오랜만에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집터 여기저기엔 잡초들이 또..

서후리 공기, 서울과 달리 시원하고 상쾌하네

31일(토) 넘어간 양평의 공기는 전날까지의 서울과 달랐다. 등에 내리쬐는 햇볕이 여전히 화살이 꽂히는 것처럼 따갑고 아프기까지 했지만, 때때로 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바람엔 시원함이 묻어 있었다. 비처럼 흐르던 땀도 그런 바람 앞에서는 잠시 내리길 멈췄다. 구름이 잠깐씩 해를 가리고 그에 맞춰 바람까지 불어주면 상쾌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1주일 내내 폭염에 시달린 몸이라 작은 온도 차이도 크게 느껴는 면이 아마도 있을 것이다. 이런 바람을 만나니 오래 전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는 동네에 전기가 들어오기 전이었다. 한여름이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만큼 시원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여름방학이면 툇마루에서 뒹굴며 시원한 바람을 기다리곤 했다. 나무잎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바람이 숲..

폭염이 시작된다는데 고장난 에어컨

지난주 토요일(17일) 저녁, 에어컨이 고장났다. 그날 낮에만 해도 시원한 바람을 잘 내뿜던 에어컨이 저녁이 되면서 냉기는 빠진 더운 바람만 토해냈다. 엄청난 폭염이 시작된다는데... 월요일, 출근한 아내가 LG서비스센터에 연락을 했지만 전화연결조차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접속해 챗봇으로 고장접수를 하고나서 받은 수리기사 내방 일자가 28일이었다. 앞으로 열흘간을 에어컨 없이 버텨내야 한다는 얘기다. 코로나방역 4단계에 회사에 첫 확진자가 생기면서 전원 재택근무에 들어가게 됐으니 집에서 꼼짝 못하고 더위를 견딜 수밖에 없게 됐다. 유례를 찾기 힘든 폭염이 지속될 거라는 기상청 예보는 불행하게도 정확히 들어맞았다. 월요일 정오 무렵이 되자 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 앞뒤로 모든 문을 활짝 열어..

태양은 이글거렸지만 그늘에서 본 하늘은 아름답더라

7월 17일(토) 며칠 째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로 낮엔 물론이고 밤에 잘 때도 에어컨을 돌려야만 하는 요즘이다.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아침 6시 반에 집을 나섰는데 양양고속도로와 팔당대교 진입램프는 정체가 벌써 시작돼 있었다. 다른 주말과 비교하면 1시간 정도 늦은 시각의 혼잡상황과 비슷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코로나 방역 4단계 조치가 시행된다고 하니 모두들 새벽부터 강원도 쪽으로 내려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서후리 도착해 텃밭을 보니 큰 고추들이 제법 많이 달려 있고 수박도 1주일 전에 비해 꽤 자란 듯 했다. 커다란 애호박들 무게에 밑으로 처진 호박 줄기는 게으른 농부를 탓하는 듯 했다. 방울토마토는 익은 게 별로 없었다. 잠실 한강공원의 농사체험장에 있는 것들도 그렇던데 노지 토마토는 익는 속도..

장맛비를 견뎌낸 텃밭의 친구들아, 고맙다!!

7월 10일(토) 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본격 확산세에 접어들면서 이번 주 들어 가슴 쓸어내릴 일을 두 차례나 겪었다. 작은애가 지난 6월 말 들른 식당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며 검사통보 문자를 받았고, 그로부터 이틀 만인 금요일 저녁에 아내까지 3일 전에 다녀온 골프장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문자를 받고 내내 좌불안석이던 아내는 토요일 오전 11시 쯤에 검사결과 음성이라는 통보를 받고서야 격리를 스스로 풀었다. 힘든 시간을 보낸 아내에게 위로가 필요해 보였다. 늦은 시각이지만 양평에 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했다. 엄마와 같은 일을 겪고 일주일 넘게 외출을 삼가며 저녁에 한강산책만 하며 갑갑해 하던 둘째도 손뼉을 치며 따라 나섰다. 양평 가는..

벌들아, 미안해!!

전봇대 배전함 뒤에 집을 지은 땡벌들을 처리하기 위해 양수역 앞 편의점에 들러 에프킬러 한 통을 샀다. 갈 때마다 수도 모터를 가동하기 위해 전기 스위치를 올리고 내려야 하는데 그 스위치가 들어있는 배전함 바로 뒤에 벌집이 들어섰으니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됐다. 벌집을 떼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법도 있겠으나 그렇게 하려면 양봉인 수준의 보호장구를 갖춰야 한다. 그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에프킬러로 벌집을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운 판단을 했다. 벌집을 들여다보니 지난주보다 집이 조금 더 커진 듯했고 벌 몇 마리가 겉에 앉아 있었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도록 해주는 것이 그나마 내가 해줄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하고 벌집을 향해 에프킬러를 맹렬히 분사했다. 벌들은 한 마리도..

처음으로 수확한 오이와 고추

6월 26일(토) 이번 주말은 부모님 산소에 다녀올 계획을 세우고 양평행은 건너뛰려 했다. 어제 저녁 잠자리에 들면서 주말에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예보가 틀리기를 바랐는데,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정도 비라면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향에 계시는 형님께 전화를 드렸다. 형님께서는 서울보다는 비가 많이 오는 것 같다며 다음에 내려오라고 하셨다. 산소에서 함께 보기로 했던 대전 누님께도 전화를 드렸더니 다음으로 미루자는 말씀이셨다. 내리는 양이 적더라도 비가 오면 산소에 오래 머물 수가 없다. 잡초도 뽑고 형제들과 산소에 둘러앉아 그동안 지낸 얘기도 나눠야 하는데 젖은 잔디 위에서는 그럴 수가 없으니 성묘 일정을 미루는 게 좋을 듯 했다. 그럼 오랜만에 ..

작은 아이, 강아지도 함께 한 양평에서의 하루

6월 18일(토) 오늘 양평행엔 둘째 아이와 우리(개)가 함께 했다. 식구 중에서도 둘째와 우리(개)는 아주 각별한 사이다. 한 달된 강아지를 입양해 키우기 시작한지 올해로 만 10년이 됐는데, 우리(개) 입양이 둘째의 간절한 바람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둘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개를 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2년여가 지나도록 허락하지 않자 2011년 8월 초 어느 날,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왔다. “아빠, 학교 끝나고 텅 빈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직접 열고 들어올 때 내가 겪는 외로움이 얼마나 큰지 알아? 그래서 개를 키우고 싶다는 건데 왜 허락해 주지 않는 거야. 아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제발 허락해 줘. 공부 열심히 하고 뭐든 다 할게” 아이가 엄마도 출근하고 없는 빈 집에 돌아와..

끝내 돌아오지 않은 맨홀뚜껑

10월 11일(토) 오늘은 늦잠을 자는 바람에 다른 주말에 비해 1시간이나 늦은 8시가 돼서야 집을 나섰다. 예상한 대로 팔당대교 램프는 초입부터 차들이 밀려 있어 팔당댐을 건너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팔당댐 초입에 늘어선 차량 행렬이 오히려 지나온 팔당대교 램프에서 보다도 길었다. 댐을 건너서도 양수리까지 차량행렬은 느릿하게 이어졌다. 오늘 아침의 경로 선택은 그다지 운이 좋지 않았다. 집을 나서면서부터 지난주에 없어진 맨홀 뚜껑이 제자리로 돌아와 있기를 간곡히 기대했다. 누군가 급하게 쓸 데가 있어 잠시 자리를 옮겼을 뿐이지 나쁜 마음으로 가져간 것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다. 이렇게 공기 맑고 조용한 곳에 사는 사람 중에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는 나쁜 사람은 없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맨홀 뚜껑이 사라졌다

6월5일(토) 가는 길에 먼저 수능리 친구집 건축현장에 들렀다. 주말이라 일을 쉬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15일쯤 완공 예정이라며 인테리어 작업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겉모습이 웅장하고 보기 좋았다. 현관문이 잠겨 있어 겉만 둘러보고는 서후리로 향했다. 주차를 하고 집터로 들어서며 보니 주중에 내린 비가 물길을 따라 밖으로 흘러간 흔적이 눈에 띄었다. 지난주에 물길을 내느라 애쓴 보람이 있었다고 만족하며 집터로 올라서니, 아래 터로 내려가는 경사로엔 이전과 같이 빗물이 파놓은 골이 두 개나 나 보였다. 집터 안에 내린 빗물이 낮은 쪽인 경사로를 따라 골을 파며 내려간 것이다. 지하수 관정 옆의 우수맨홀 주변과 안에는 경사로에서 쓸려온 토사가 쌓여 있었다. 그런데 맨홀 뚜껑이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