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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백수생활 1일차

얼마 전부터 실행 중인 일과에 맞춰 백수생활 첫 날 아침의 문을 열었다. 오전엔 9시부터 계단오르기를 한 시간 한다. 1층부터 14층 꼭대기까지 한 계단 한 계단 무릎을 끝까지 펴고 허벅지에 힘을 주며 오른다. 내려 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이를 10번 반복하는 것이다. 7번 정도 오르면 반팔 셔츠를 입어도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계단오르기가 끝나면 공원에 나가 턱걸이로 아침운동을 마무리 한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한 다음엔 인터넷에 들어가 소셜미디어와 뉴스를 둘러본다. 오후엔 개를 산책시킨다. 틈틈이 유튜브를 통해 자가건축에 필요한 기술과 시공 프로세스도 정리하고 넷플릭스 영화도 본다. 집짓기를 시작할 때까지는 이 패턴으로 일과를 이어가려 한다. 바로 어제 2023년 2월 28일 정년퇴직 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3.02

처음 해본 용접, 정말 어렵네~~

대전서 기계제작공장을 운영하는 군대 동기에게 가서 이틀간 용접기술을 배우고 왔다. 교육은 친구가 용접원리를 설명한 다음 상황별로 기술시범을 보이면 따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용접시 자세는 모재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용접봉을 아래로 향하거나 위로 향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용접봉을 위로 향하는 용접은 다시 세로로 진행하는 경우와 가로로 진행하는 경우로 나뉜다. 용접기술로는 용접봉을 한 방향으로 녹여가는 선용접, 비드를 만들며 나아가는 위빙, 모서리 부분이나 얇은 모재에 적용하는 점용접 등 작업 환경에 따라 다양하다. 용접봉이 녹는 용융점이 3천도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철판 두께가 얇은 모재에 열이 일정 시간 이상 가해지면 구멍이 뚫린다. 점용접은 그런 사고를 막기 위한 기술이다..

두 달여 만에야 가봤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두 달여 만에 양평길에 나섰다. 출발하며 본 자동차의 외기 온도계는 8.5도였는데 팔당대교를 건널 무렵부터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시간 가까이 지나 서후리에 도착하니 1.5도를 가리킨다. 7도나 차이가 났다. 해가 이미 떠오른 시각인데도 그러니 같은 시간대로 비교하면 서울과 서후리의 온도차는 훨씬 커질 것 같다. 차에서 내리는데 찬 기운이 확 몰려 왔다. 순간 옷을 너무 얇게 입고 온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될 정도의 날씨였다. 입에서 나온 하얀 김이 찬 공기 속으로 퍼지다 이내 사라졌다. 주변 집들의 지붕은 온통 허연 서리모자를 쓰고 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동네가 여태 조용하다. 개들도 추위 때문에 집에서 나오질 않았는지 늘 들리던 짖는 소리도 없다. 터를 미처 둘러보기도..

올해 텃밭농사 작황은...

8월 26일(금) 어제 저녁에 올라온 아내와 함께 오전 반휴를 내고 양평에 다녀왔다. 오늘은 아내가 오후에 4차 백신 예약이 돼 있고, 토요일 오전엔 꼭 가봐야 할 결혼식까지 예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6시에 집을 나섰다. 역시 이른 시각이라 길이 막히지 않아 50여 분 만에 서후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외가의 원두막이 그립다며 수박을 심어달라고 부탁했던 지인에게 한 개 남은 수박과 참외 몇 개를 따가도록 한 바 있다. 그런데 따가기로 했던 전 주 금요일에 마침 폭우가 쏟아져 그 분이 서후리엘 들르지 못했다. 그래서 남아 있는 수박, 참외가 우리 차지가 됐다. 수박과 참외 모두 넝쿨이 말라 있어 더 이상 밭에 두면 썩을 것 같아 모두 땄다. 긴 비 끝인데도 수박은 제법..

서울서 양평 가는데 이틀이 걸렸다

8월 14일(일) 어제 팔당대교를 앞두고 겪었던 좌절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침 6시에 집을 나섰다. 이른 시각이라 차가 많지 않아 팔당대교를 건너는데도 별 막힘이 없어 50분 만에 서후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워낙 많이 내린 비라 축대쪽으로 물길이 나며 흙이 쓸려 내려가진 않았을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잔디둑이 잘 버텨 줬다. 초기에 시들시들했던 고추밭은 잎이 무성해졌고 고추도 제법 많이 달렸다. 긴 비를 지나왔는데도 고추에 탄저병 기미는 다행히 보이지 않았다. 수능리 친구에 따르면 그 동네 고추밭엔 탄저병이 많이 번졌다고 했다. 수박은 네 통이 달렸었는데 한 통 빼고는 모두 썩었다. 모종 세 포기를 심으며 포기당 두 개씩만 수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딱 한 개다. 비가 여러 날 온데다 수확시..

호우예보 속에 팔당대교 어귀서 겪은 악몽

8월 13일(토) 늦잠을 자는 바람에 평소보다 30분 늦은 7시 반이 돼서야 양평으로 출발 했다. 3일 연휴의 첫 날이었지만, 이틀 전 내린 폭우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태였고, 호우경보까지 내려진 상태라 그런지 올림픽대로 통행량은 다른 주말의 아침 6시쯤 정도로 한산한 편이었다. 그러나 웬 걸... 그토록 한산했던 도로가 양양고속도로 초입인 강일IC에 이르니 차들로 꽉 막혀 있었다. 그나마 하남으로 빠지는 바깥 차선은 진행이 어렵지 않아 오래 지체하지 않고 하남시내로 접어들 수 있었다. 미사대로에도 차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스타필드 못 미친 지하차도부터 팔당대교로 진입하는 차로가 또 꽉 막혀 있었다. 여기부터 차가 늘어선 상황이라면 팔당대교로 넘어가는데 최소 두 세 시간은 걸릴 듯 했다. ..

게으른 도시농부의 텃밭이란...

7월 9일(토), 아내와 함께 2주 만에 양평을 찾았다. 오늘은 오후에 일이 있어 점심 전까지 집에 돌아올 수 있도록 아침 6시에 문을 나섰다. 이른 시각인데도 올림픽대로는 붐볐고 양양행 고속도로 입구와 팔당대교에도 차가 제법 많았다. 고유가 시대에도 이른 아침부터 도로가 붐비는 모습을 보며 퇴직하면 이렇게 붐비는 주말을 피해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그려 봤다. 이제 7개월 반 뒤면 34년 2개월을 이어온 회사생활이 막을 내린다. 비온 뒤라 그런지 터엔 우뚝 자란 망초들이 게으른 주인을 한껏 비웃는 듯 했다. 텃밭엔 상추들이 제 할 일을 다 끝냈다며 잎을 거둔 채 씨앗 맺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멀칭을 하지 않고 심은 수박·참외·오이·호박밭은 바랭이와 같은 잡초들 세상이 돼버렸다. 농작물은 ..

검은등뻐꾸기는 뭘 그리도 보여주고 싶은 걸까?

5월 21일(토) 텃밭에서 일하는 데 건너편 산 어디선가 들려오는 민망한 새 소리가 줄기차게 귀를 간지럽힌다.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다. 이 새의 울음소리는 십수년 전 광릉CC에서 처음 들은 기억이 있다. 울음소리가 희한하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캐디가 ‘홀딱벗고’ 새라고 알려 줬다. 캐디의 얘기 때문인지 다시 들어보니 정말 ‘홀딱벗고’로 들렸다. 스님들에겐 ‘머리깍고’로 들린다고도 했다. 짝짓기를 갈망하는 애절한 어느 수컷의 노래인지도 모를 그 울음소리는 오전 내내 이어졌다. 볕이 따갑게 느껴질 때쯤 산들바람이 산자락을 타고 내려와 내 밀짚모자 속에 맺힌 땀을 식혀 줬다. 수능리 친구가 타이밴드를 가져와 쳐진 울타리망을 다잡아주고 돌아갔다. 늘 고마운 친구다. 텃밭일을 어느 정도 마친 뒤 점심식사를 위해 ..

텃밭의 얘들아, 무럭무럭 자라거라

5월 14일(토) 며칠 전 점심식사를 함께 한 지인으로부터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박 한 포기만 심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분은 어린 시절 친구집 원두막에 놀러 가곤 했던 일이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떠오른다고 했다. 어려운 부탁도 아니기에 양수리 종묘상에 들러 수박, 참외, 고추 모종들을 조금씩 더 샀다. 이것들을 다 심어도 만들어 놓은 이랑이 많이 남을 것 같아 고구마 모종도 네 개 샀다. 고구마는 보통 싹으로 심는데, 80~100개 묶음으로만 판다고 해서 모종으로 산 것이다. 서후리에 도착해 가장 먼저 텃밭을 둘러 봤다. 지난 주에 심은 수박 두 포기는 시들시들하고 참외 두 포기는 아예 흔적조차 없어졌다. 멀칭을 하지 않고 두둑만 만들어 심었더니 땅이 너무 메말라 그런 게 아닌지 모르겠다. ..

우리야, 너도 서후리의 자연을 즐겨 봐~~

5월 6일(금)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아내가 4일(수) 밤에 부산서 올라왔다. 나와 큰애도 휴가를 하루 내서 온가족 다섯 식구(강아지 '우리' 포함)가 양평으로 향했다. 양수리에 들러 참외, 수박, 오이, 토마토, 고추(청양고추, 아삭이고추, 꽈리고추), 쌈배추 모종을 샀다. 서후리 도착해 차를 큰길가에 세우고 걸어 올라가는데 강아지 우리가 50m 가량 되는 경사로 중간쯤에서 힘이 드는지 헉헉 거렸다. 큰애, 작은애 모두 '우리' 힘내라고 왁자하게 응원을 하니 낑낑 거리며 완등을 했다. 사람 나이로 치면 70이 넘었다는 만 11살이 나이니 오르막길이 힘에 부칠만도 할 게다. 나는 애호박, 단호박, 맷돌호박 각각 두 포기씩을 심을 구덩이 여섯 개를 파는 걸로 일을 시작했다. 굴삭기로 다져 놓은 돌이 가득한..